아침을 열며-고독을 즐기는 법을 배워라
아침을 열며-고독을 즐기는 법을 배워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4.01 16:04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환/국학강사
김진환/국학강사-고독을 즐기는 법을 배워라

질병, 경제문제와 함께 노년에 겪는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외로움이다. 젊은이들도 혼자 있기가 싫어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카톡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이에 서툰 노인들의 외로움은 질과 양이 더하다. 젊었을 때는 아이를 키우고 직장생활하며 정신없이 살다가 5, 60대 정년을 맞이하여 집에서 머물게 되고 자식들도 분가를 하게 되면 부부 둘만 덩그러니 남게 된다.

게다가 둘 중 배우자와 이혼이나 사별을 하게 되면 혼자 먹고 자는 경우가 생기고 이런 경우 우울증등 전혀 예기치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노인들의 고립은 단순히 외로움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운동부족, 의지쇠약, 식욕저하 등으로 이어져 만성질환, 고혈압, 인지기능 저하, 치매 등이 발생하여 육체적 건강은 나날이 약해지고 그에 따라 정신력도 급격히 저하되게 된다. 반면에 가족이나 친구 및 사회적 관계망이 잘 연결된 사람은 육체적 정서적으로 더 건강할 뿐만 아니라 기대수명도 높아진다. 내가 아는 80대 중반의 할아버지 한분이 있다.

그분은 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며 일주일에 두 번씩 왕복 20km이상 되는 거리의 산행을 꼭 하시고, 복지관이나 노인회관등의 프로그램도 참석하시며, 집에서는 하루 30분씩 꼭 스트레칭을 하며 텃밭에도 채소를 약간씩 재배하며 손자, 손녀들의 생일도 꼭 챙긴다. 일을 스스로 만들며 에너지를 잘 쓰시는 덕에 고품격의 사회성을 유지하면서 무척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라는 말처럼 직접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행동함으로써 유익한 호르몬이 뇌에서 생성되고 이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며 스트레스를 저감시켜 생활에 활력을 주는 것이다. 주위에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웃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니 그만큼 스트레스는 줄어드는 것이다.

심리학자 수전 핀커(Susan Pinker)는 접속보다 접촉을 강조하며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교류하는 것은 유익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켜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비대면을 가져주었지만 마음만은 늘 대면상태에 두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성이 떨어지면 인기는 떨어지고 사람들에게서 멀어지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끄는 방법은 지극이 간단하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이나 일을 해주면 되는 것이다. 베풀지 않고 ,양보하지도 않으며 염치없는 짓을 하면 사회성은 떨어지게 되어있다. 천기, 지기만큼 강력한 것은 인기이다. 사람사이에 인기가 없으면 표정이 어두워진다.

인기가 떨어진 연예인은 소외감으로 무척 괴로워진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아야 행복도가 증가하고 삶의 제 맛을 즐길 수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늘 외롭지 않게 하려고 틈만 나면 놀러 다니고 오락 등을 찾아 헤매고 몸이 피곤한데도 산이나 들을 헤매 다닐 수는 없지 않는가, 외로움 즉 고독은 인간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외로움이 있는 반면 인간 의식의 궁극적인 내면에서 일어나는 고독이 있다. 전자는 표면적인 것이며 후자는 근본적이 것으로써 보다 중요한 것은 후자의 고독이다. 많이 가지고 많이 먹으며 아무리 좋은 것을 가지고 놀아도 후자의 외로움은 너무도 깊고 넒어 메우기가 싶지가 않다. 그것은 돈으로도 입으로도 사람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영혼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년에 겪는 고독은 젊은 시절 한때 지나가는 외로움에 비하면 그 깊이와 차원이 다르다.

하나 둘 저 세상으로 떠나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삶과 죽음 사이에 서있는 나의 존재를 불현 듯 자각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언젠가 그 죽음의 길로 홀로 떠나야 한다는 것을 자각한다. 그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는 존재의 본질적인 외로움이 사무치게 밀려올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홀로 왔다가 홀로 간다. 그래서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이다. 대통령이든 젊은이든 농부든 청소부든 누구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존재의 외로움은 피할 수가 없다.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술, 마약, 게임, 섹스에 탐닉하기도 하고 견디지 못해 우울증에 걸리고 마침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나 반면에 외로움의 실체를 알고 인간 삶의 깊은 본질을 깨닫고 의식의 각성과 성찰을 통해 심신을 더욱 맑고 강하게 하며 이웃에 봉사를 하는 어르신들이 더러 있다.

그 분들의 얼굴은 늘 온화하며 몸가짐은 단아하며 눈빛은 빛난다. 인생이란 결국 외로움을 뛰어넘어 변치 않는 자유와 진리를 찾아가는 긴 여정이다. 그 여정의 끝은 없고 우승자는 따로 없다. 육체의 눈은 현실 속에 사람과 세상을 보고 있지만 마음의 눈은 항상 자연과 우주를 향해 열린 가슴을 가지고 있는 존재, 우리는 모두 그러한 깨달은 노인이 되자. 공자가 50에 천명을 알았다고 했듯이 노년이 되면 하늘을 보고 갈 줄 알아야 한다. 머리는 하늘을 향해 있고 두발은 땅을 굳건히 디디면 사람들과 세상을 포용하며 완성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깨달은 노인이 되자. 그런 사람이 바로 어르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