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청명(淸明) 한식(寒食)
진주성-청명(淸明) 한식(寒食)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4.04 13:0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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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청명(淸明) 한식(寒食)


어제(4월4일)가 청명(淸明)이고 오늘(4월5일)이 한식(寒食)이다. 청명과 한식은 대개 양력 4월 4~6일 사이가 되기 때문에 보통 식목일과 겹치고 어느 해나 청명 안팎에 드는 관계로,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속담이 나오게 된 것이다. 청명 한식을 맞이했음은 바야흐로 봄이 무르익으면서 겨울동안의 움츠림을 풀어헤치고 씨를 뿌리는 계절이라는 의미다.

청명은 일 년 중에 가장 하늘이 맑은 날이다. 기나긴 겨울이 물러나고 본격적인 봄이 되어 춥지도 덥지도 않은 호시절이요, 칙칙하던 하늘이 맑아지는 절기인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청명에 마음을 맑게 하여 세상에 아름다운 덕이 쌓이는 날들을 위해 자신을 가다듬고, 농부들은 농사일을 위해 마음을 추슬렀다. 청명에는 봄나물이 만개하기 때문에 아낙네들이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나물 반찬을 준비해야 하는 절기이기도 하다.

한식은 24절기의 하나인 청명과 달리 설날 단오, 한가위와 함께 우리 민족의 4대 명절에 속할 정도로 중요한 날이다. 한식은 동지로부터 105일이 되는 날로 약간은 변동 적이다. 한식은 조상을 섬기는 날이다. 한식이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명절로 여겼는지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고려시대부터 한식에 왕실에서는 종묘 제향을 지냈고, 민간에서는 손상된 묘를 수축하고 산소를 돌보는 사초(莎草, 떼 입히기)와 계절음식을 차려 절사(節祀=茶禮)를 드렸다고 한다.

따라서 한식은 조상을 모시는 절기인 셈이다. 이렇듯 한식은 고려와 조선시대에 중요한 명절이었으나, 오늘날에는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 한식에 행해지던 불의 사용금지나 찬 음식을 먹는 풍속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양식과 빗댄 한식을 먹는 날이라는 우스갯소리조차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허나 우리 민족에게는 오랜 세월동안 가장 소중한 덕목으로 섬기며 살아온 효(孝)의 문화에 뿌리가 있으니 한식은 그만큼 중요한 날임이 분명하다.

한식은 건조기로 산불이 일어나기가 쉬울 때이므로 불을 금하고 찬 음식을 먹는 전통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자체에서도 청명 한식에 불조심을 신신당부하고 있음이다. 한식에 조상님의 산소를 둘러보고 훼손된 곳은 보수하고 잡초는 뽑아 주면서 조상의 음덕을 기리면 하늘에 계신 조상들도 흐뭇해 할 것이다. 배금주의와 개인주의에 물들어서 이기적 삶에 뿔뿔이 매몰되어 가는 핵가족시대에 이러한 미풍양속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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