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기분장애
도민칼럼-기분장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4.06 10:5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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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기분장애


기분 조절이 어렵고 비정상적인 기분이 장시간 지속되는 장애를 기분장애라고 한다. 흔히 우울증이라 말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조울증(양극성장애)도 이에 속한다. 예전에는 여성의 발병률이 남성에 비해 훨씬 높았다고 한다. 임신과 출산, 사회적 스트레스와 호르몬의 차이, 등으로 여성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20대 남성의 발병률도 높단다. 지난 5일 발표된 건강보험공단의 자료가 이를 보여준다.

촌에 살다보니 치매에 걸린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개인적으로 보면 젊을 때 슬픈 일을 많이 겪은 분들이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닌가 속사정을 알만한 어른들의 경우를 보며 미루어 짐작한다. 내 주변에는 고된 시집살이나 배우자의 외도, 자식의 이른 사망에 대한 대응을 어떤 식으로라도 표출하면 좋으련만 가슴 속으로 안고 있는 분들이 그 스트레스로 정신을 놓는 경우를 보았기 때문이다. 경희대 한방병원 신경정신과 연구팀도 연구를 통해 화병이 뇌졸중의 주요 위험인자라는 것을 밝혀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화병, 사전에는 억울한 마음을 삭이지 못하여 간의 생리 기능에 장애가 와서 머리와 옆구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병이라고 되어있는데 20대에도 그 병을 앓는 이들이 있고 최근에는 증가추세라고 한다.

기분장애 100만인 시대, 잘 곳은 편안해졌고 먹을 것은 풍족해졌는데 우리는 어찌 그 옛날보다 더 행복하지 않은가? 누구 말마따나 배가 불러 그런 것인가? 마음먹기 나름인데 마음을 덜 먹어 그런 것인가? 멘탈이 약해 그런 것인가? 나이가 들어 화병에 걸렸다면 살아온 세월 탓이라도 하는데 20대 남녀, 우리의 젊은 친구들은 무슨 이유일까? 우리는 커오면서 힘들 때 친구와 상의하고 언니오빠나 선배들도 있었지만 지금의 20대는 형제도 많지 않고 친구이전에 입시를 경쟁해야하는 경쟁자고 선배들과 유대를 가질 모임이나 분위기가 있지도 않으니 누구를 만날 것인가? 결국 전문 카운슬러를 만나야 하는 것이다.

근래 내가 사는 하동이 떠들썩하다. 유교식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서당으로 유명한 청학동이 산촌유학지가 되면서 옛날식 교육을 지향하다보니 체벌이 허용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그 폭력을 이어받아 무시무시한 기숙사 폭력의 근거지가 되어 연일 뉴스에 오르고 있다. 내용은 차마 언급하기도 힘이 든다. 숱한 말로 어른들의 자성이 나오고 전인교육의 부재가 문제라고 진단이 나오지만 정말 문제는 이 사회의 시스템인 것을 우리는 안다. 일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가르치는 어른들, 성격보다 성적이 좋아야 친구들이 따라온다고 말하는 부모들, 친구는 동무이고 동무는 서로 어깨를 맞대며 가야하는데 그 아이들 중에 앞서서 걸어야 한다고 부추기는 모든 어른들,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내는가 고민해야하는 사춘기에 자신이 가야할 대학을 고민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20대가 되었는데 행복할 수 있겠는가?

어른들은 자기가 살아온 경험만을 아이들에게 말한다. 자기가 살아온 세상이 문제가 있어 고쳐야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고쳐주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 때는 말이야’ 그래서 아이들에게 우리는 일명 ‘라떼족’으로 불린다. 세상이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가기 위해서 민주화를 말하고 공동체를 말하지만 오십대가 되면 보수가 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20대의 자녀들은 부모세대의 가치를 답습한다. 그 생각을 그대로 이어서 ‘돈’과 ‘자본’을 숭배한다. 있는 집 아이들은 인스타그램에 명품으로 도배하고 없는 집 아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근본을 의심하고 고치려 하기보다 ‘따라 하기’ 바쁘다. 그러니 양쪽 다 아프다. 세상에 일등은 하나이고 명품은 가질수록 계속 신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기분장애 질병환자 100만인 시대, 나는 다른 진단을 내리고 싶다. 병원을 가는 건 고치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희망이 있다. 어른들처럼 화병으로 정신을 놓지 않아도 된다. 국민총행복전화포럼의 이지훈 소장은 ‘행복한 나라 8가지 비밀’에서 말한다. 행복을 추상적인 담론이라고 하지 말고 개인적인 감정이라고 국한하지 말고 행복한 나라에서 사는 국민이 행복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나또한 이제 ‘행복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차별이 없는 기회의 평등,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이 정부에서 말해왔듯 담론이 아닌 실현을 보여야 한다. 그 최우선에 교육이 있다. 이러다 전 국민이 환자인 나라가 될까 두렵다. 이미 부와 권력이 세습되는 그들만의 리그로 우리는 많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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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1-04-07 11:45:12
공자님께서 제자들을 때리며 체벌하라고 가르치신걸 보지 못했습니다. 공자님께서 제자들을 때리신 내용도 못 보았습니다. 이전에 서당에서도 상급생이 하급생을 때리던 전통을 보지 못했습니다. 일본식 교육을 받고나서, 집단 이지메등이 널리 퍼진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현대 학교교육에서, 수시로 터져나오는 왕따, 집단 폭행, 하급생에 대한 선배들의 임의적인 폭행등은, 유교전통이라기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인류의 사회악적 특성으로 보고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