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청춘(靑春)
세상사는 이야기-청춘(靑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4.08 15:1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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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동/수필가
김창동/수필가-청춘(靑春)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가고 없는 날들을 잡으려 잡으려/ 빈 손짓에 슬퍼지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청춘시절 즐겨 들었던 산울림 김창완의 ‘청춘’. 하지만 그때는 이 노래가 이렇게 구슬프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익숙한 것에 새롭게 감동하는 것은 입장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항상 무의식 속에 청춘은 오늘이 아닌 내일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어느덧 나의 청춘은 어제였다는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은 파릇하다. 청춘은 풋풋하다. 청춘은 갓 빨래한 옥양목에서 나는 향긋한 물비누 냄새 같다. 한 생애에서 가장 파릇하고 가장 풋풋한 시기가 청춘이다. 그러나 청춘의 강을 어떻게 건너느냐에 따라 청춘 이후의 삶은 각양각색이다. 하루하루 살기가 급급한 삶이 있고 자신은 물론 이웃을 보듬는 삶이 있다. 청춘 이후의 삶은 아주 멀리 동떨어진 별개 같지만 삶에는 별개가 없다. 삶의 부분은 낱낱이 이어져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이다. 지금 이 순간이 청춘이고 지금 이 순간이 청춘 이후다.

청춘은 푸를 청(靑), 봄 춘(春)으로 구성돼있다.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 온 세상이 새로운 푸름으로 변한 요즘이 청춘이다. 10대 후반과 20대에 걸친 인생의 젊은 시절을 청춘이라 한다. 원대한 꿈을 꾸고 이상을 찾으면서 정신·육체적으로 왕성하게 자라는 시기다. 많은 고민과 갈등의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싱그러운 청춘에게, 평생 직업 없이 돈 한번 벌어본 적 없는 정의 행세인들, 민주팔이들의 지극히 잡(雜)스럽고 천(賤)하고 추(醜)하고 뻔뻔스럽고 저질적인 막가파 궤변으로, 국민 가슴에 염장 지르는 함량미달 건달 위정자들의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무능한 국정 운영으로 취직, 미래의 암울한 희망 없는 삶의 걱정까지 겹쳐 절망에 빠뜨렸다. 오죽하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청춘은 길지 않다. 봄처럼 건듯 지나가 버린다.

그러기에 그 시절이 그립고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청춘을 거쳐 취직하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결혼시키고 보니 어느새 60대 중반이다. 세월이 빨라도 너무 빠른 것 같다. 무정 세월이란 말이 실감 난다. 어느 날 돌아보니 청춘은 멀어져 아득하기만 하다. 60대 중반에 푸르렀던 봄날의 내 청춘을 생각해본다. 회한이 없을 수 없다. 피 끓는 젊음을 어디 다 소모하고 다녔는지…삶이 언제나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뜻한 대로 이루고 살아온 삶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렇다고 이루지 못한 꿈에 연연하며 과거에 얽매여 살 수는 없다.

지금은 100세 인생이 펼쳐지고 있다. 60청춘이 전혀 어색하지 않는 시대다. 60청춘은 젊은 청춘 시절과 그 이후 시절의 경험을 소유하고 있다. 경험은 삶의 지식과 지혜를 담고 있다. 더구나 영양과 의학 발달로 젊은이와 다름없는 건강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세태는 60청춘의 경제적 가치를 나 몰라라 하고 현역에서 밀어내고 있다. 장강의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듯 말이다. 하지만 세월의 빠름을 한탄만 하고 있기에는 60청춘이 가진 것은 너무 많다. 다시 꿈꾸고 도전하는 삶이 충분히 가능하다.

금강경에 ‘과거심(過去心) 불가득(不可得). 현재심(現在心) 불가득. 미래심(未來心) 불가득’ 이란 말이 있다. 과거는 이미 흘러간 시간이라 되돌릴 수 없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다. 현재만 있을 뿐인데 현재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순간순간 과거로 흘러간다. 결국 우리는 순간을 사는 것이다. 순간순간 어떻게 사는가가 인생을 결정한다. 순간순간 깨어 있는 삶이 100세 인생의 행복을 결정한다. 60청춘들이여, 다시 도전하는 삶을 살아보자. 4월의 화창한 연둣빛 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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