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진달래꽃
진주성-진달래꽃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4.15 14: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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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진달래꽃

우리나라 금수강산 어디를 간들 절경이 아닌 곳이 있을까 마는, 산청군과 합천군에 걸쳐 8만평의 광활한 능선에 붉게 물든 높이 1108m의 황매산 철쭉은 과히 환상적이다.

해발 800~900m에 걸쳐 장관을 이룬 철쭉군락지는 요즘 같은 늦봄이면 전국의 관광객과 산악회에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며, 전국 3대 명산중의 하나로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절경 50선에 선정된 곳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년 열리는 황매산 철쭉제가 작년에 이어 취소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아쉬운 일이지만, 덕분에 자연도 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니 마냥 서운해 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10여 년 전 필자가 친구 7명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황매산에 올랐던 추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붉음으로 가득 찬 꽃향기에 취해, 그 당시 환갑이 넘은 할매들이 예(禮)가 아닌 줄 알면서도, 한 두 송이 꽃을 꺾어 머리에 꽂고 두 손가락을 V자 치켜세우고 한껏 웃으며 폼을 잡던 모습은 참으로 볼만했다. 자연의 황홀함은 나이도 잊고, 체면도 잊고 이팔청춘 동심으로 되돌려 버리는 위력이 있음을 확인했다.

세상이 혼탁하고 거칠어도 그 누군들 이 꽃 속에 와서 자연에 묻히면, 저절로 정화되고 꽃의 향기에 순화되어 가는 이, 오는 이 모두가 웃음으로 “반갑습니다” 인사하며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곳, 그것이 자연의 힘이요 맹자가 말한 성선설(性善說)을 증명함이다.

필자가 언젠가 읽은 작자 미상의 ‘진달래꽃’은 이맘때 같은 늦봄이면 황매산 철쭉과 함께 매년 생각나는 명작이다.

누가 지르고 도망친 산불인가/ 누가 토해낸 마지막 각혈(咯血)인가/ 온 산을 붉게 물들이며 피어나는 진·달·래·꽃/ 가는 봄 울다울다 뻐꾸기는 목이 쉬고/ 흰옷 입은 소월이 꽃잎을 따고 있다

잠깐의 실수로 산불이 나자, 불어오는 봄바람과 함께 삽시간에 온 산이 화마에 쌓여 걷잡을 수 없이 검붉게 타오르자 겁에 질려 허겁지겁 도망치는 모습, 결핵을 앓아 실오라기 같은 목숨을 기침과 가래로 연명하더니 마지막 죽음을 맞아 안간힘을 쏟아 토해낸 검붉은 핏덩이, 진달래꽃이 지면 이제 곧 봄은 가리니, 이봄이 가기 전에 목청껏 울다울다 목이 쉰 뻐꾸기, 모두가 황매산 철쭉과 함께 한 많은 봄의 풍경이다.

이러한 와중에 소월은 그 무슨 사연으로 꽃잎은 따고 있을까? ‘청하지도 아니한 코로나19/ 이제는 떠날 때가 늦었소이다/ 산청의 황매산 진달래꽃/ 미련 없이 가는 길에 뿌리우리다/ 불청객이 원망 속에 떠나는 그길/ 뒤돌아보지 말고 가시옵소서/ 이제는 두 번 다시 못 본다 해도/ 미련도 아쉬움도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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