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법화경(法華經)과 술(酒)
진주성-법화경(法華經)과 술(酒)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4.18 14:4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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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법화경(法華經)과 술(酒)

코로나19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소식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독포럼에서 ‘코로나19 전후 음주, 온라인게임, 스마트폰, 도박, 음란물 등 중독성 행동변화 긴급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코로나19 유행 전 주2~3회 음주한 집단의 10.8%가 코로나 이후 음주가 늘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주 4회 이상 음주한 집단은 10.1%가 코로나 이후 음주가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 음주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과 불안감을 술 한 잔으로 잠재운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이 1년간 소주 61.1병, 맥주 74.1병, 위스키 1.21병을 소비한다고 한다. 과다한 음주로 인한 각종 질병 및 사건 등으로 입는 사회적 경제적 손실은 무려 24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폭력사건 10건 가운데 3~4건이 술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알코올의존증으로 치료받는 사람은 매년 7만 명 이상이며, 특히 여성의 알코올의존증이 늘어나고 있다. 술의 폐해가 말로 다할 수 없이 크다는 말이다.

술과 거리를 둬야 하는 승려가 느닷없이 웬 술타령인가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노납이 술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불교의 최대 경전 중의 하나인 ‘법화경’(法華經)에 나오는 술에 얽힌 경구를 소개하고자 함이다. 법화경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술을 경계했다.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신다’ 술의 폐해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경구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주위에 보면 평소에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인데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사람도 있고, 밖에서는 자상한 아버지, 훌륭한 직장인이지만 술만 마시고 집에 오면 부인과 자녀를 폭행하고 학대하는 등 '괴물'로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 절에도 남편의 주사 때문에 하루하루를 힘들게 지내고 있는 여신도가 있다. 이 여신도의 남편은 평소에는 부처님 같은데 술만 마시면 염라대왕이 된다고 한다. 간혹 술김에 붙은 사소한 시비가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술은 언제나 아쉽게 마셔야 하는 법이다. 설마 한두 잔 쯤이야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마시다 보면 과하게 되고 그렇게 실수를 하게 되고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법이다. 술보다 술자리를 즐기고 입이 아니라 마음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법화경의 술 경구를 다시 한 번 새기면서 술이 사람을 마시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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