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보훈이야기-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미얀마
든든한 보훈이야기-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미얀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4.19 15:4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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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기/경남서부보훈지청 보훈과 주무관
박용기/경남서부보훈지청 보훈과 주무관-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미얀마

“저희 나라를 도와주세요, 우리 국가에 있는 국민들이 자기가 선택한 정부와 민주주의를 원합니다, 우리나라를 살려주십시오” 맞춤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문장들은 군부로부터 빼앗긴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내건 미얀마인 이 한국어로 낭독한 호소문에 등장한다. 보도 통제로 모든 소식을 전해 듣고 있지는 못하지만, 민주주의를 위하여 많은 국민들이 희생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61년 전, 이승만은 헌법을 뜯어고친 후 세 번째 대통령직을 역임하는 것도 모자라 또 다시 선거에 출마해 독재를 이어가려 하고 있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조병옥의 사망으로 이승만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임에도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이승만과 자유당은 부정선거와 부정개표를 저질렀다. 이후 부정 선거가 폭로되자 마산 시민과 학생들이 부정선거에 항의하며 시위를 시작했고, 경찰이 시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하면서 10여 명이 사망하고 800여 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그리고 4월11일 오전, 3·15 부정선거 항의 시위에 참여했다가 실종되었던 마산상고 1학년 학생 김주열 군의 시신이 마산 앞바다에 떠올랐는데, 최루탄이 오른쪽 눈에서 뒤통수까지 관통 당한 채였다. 마산 시민과 학생들은 분노했고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3·15 부정선거에 대한 규탄으로 시작된 시위는 독재 정권 타도와 민주주의 쟁취로 발전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민주주의 시민혁명은 성공했고, 우리는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있음을 밝히는 전문을 가지게 됐다. 대한민국은 4·19를 시작으로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탈취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것은 물론,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을 탄핵심판을 통해 물러나게 한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저절로 찾아온 것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부정과 억압에 맞서 피를 흘리며 쟁취한 것이다.

제국주의 식민 지배를 거쳐 독립한 지 한 세기가 채 되기도 전의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의 민주주의 국가가 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연대는 평범한 시민들이 부패한 권력에 맞서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광장에 모여 독재를 타도했고,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필요한 것이 있다. 평범한 시민의 연대가 국가 권력이 휘두르는 폭력에 위축되지 않게 하는 힘인데, 은폐되고 고립되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응원과 지지일 것이다. 4·19로 되찾은 민주주의가 쿠데타 세력인 군부에 의해 짓밟혔던 시절, 우리의 광주에도 독일인 기자 힌츠페터가 있었고, 그가 촬영한 군부독재의 만행은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그렇게 국제사회는 대한민국의 민주화 운동 응원을 보내왔고, 군부독재의 만행을 규탄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깃든 국제사회에 대한 부채와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을 담아, 우리는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에 관심을 가져야하며,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 하나의 훌륭한 민주주의 국가의 탄생을 응원하고 함께 경쟁하며 더욱 발전된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간격을 두는 상황이지만, 미얀마에서만은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이 더욱 더 견고하고 단단하게 연대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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