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문화의 일부가 된 '욕'
청소년들 문화의 일부가 된 '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10.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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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제2사회부(부산) 기자

 
"저 xxx xx 재수 없네", "x미 저런 xxx는 영구 차단해야 한다", "xx x됐다"
현재 우리 주위에 있는 청소년들 대화에는 욕이 빠지면 어색할정도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성적이 부진하거나 가정교육을 잘 받지 못한 일부 학생이 주로 욕설을 했지만, 최근에는 학교 성적이나 가정환경, 성별 등의 구분없이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일상어가 되고 말았다.
또 지난해 한 설문조사에서 교원 10명 중 7명이 '학생들 대화의 반 이상이 욕설과 비속어'라고 응답했다. 우리 아이들의 언어생활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충격적 내용들이다. 즉 '불량청소년들'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그들의 일부 문화가 되버린 셈이다.
우연히 등·하교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청소년들이 모이는 학원, 식당 등에서 청소년들의 대화를 엿들어보면 가히‘욕설의 바다’다. 내용도 단순히‘새끼’정도가 아니다. 중·고생은 말할 것도 없고 초등학생들마저 어른 낯을 붉힐만큼 상스러운데다 폭력적이다. 일상적 대화뿐만 아니라 웬만한 청소년들이 갖고 다니는 휴대전화도 욕으로 얼룩지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욕 앱(애플리케이션)'에는 적나라한 욕설이 100개가 넘는다.
이 중 하나를 골라 화면을 치면 해당 욕이 녹음된 음성으로 나온다. '이 시베리아 십장생아' '족구하라 그래' '이 벌레 먹은 개나리야' '시밤바' 등 교묘하게 '금칙어'를 피한 욕들이 줄줄이 쏟아진다. 언어가 사고의 틀이고 사회화의 도구라면 자의식과 사회적 인식이 형성되는 아이들 때 일상화한 욕설은 개인의 인성과 정서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사회를 황폐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그들의 욕설 문화에 아무도 간섭이 없으니 일상어가 되어버린 청소년들의 욕설이 더 이상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학생들의 욕설 남용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도한 입시경쟁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주된 요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입시경쟁과 무관한 성인들의 사회조직에서 욕설이 넘쳐나고 있다. 폭력적인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술집, 재래상가, 노동현장 등에서 욕설이 난무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옛말이 있듯이 이런 청소년들의 대화속에 욕설 문화를 정착시킨것은 어른들의 책임이다. 욕설의 일상화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개선의 기미가 전혀 없으니 문제가 심각하다. 단순히 이벤트성 욕설 추방 캠페인을 넘어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물론 욕설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 실제로 청소년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불안이 욕설 에너지로 분출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욕은 잘못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욕하는 것은 마치 본인이 멋있고, 주위에 또래들에게 영웅대접을 받으려고 쓰는거처럼 보여지면서 도가 넘어서고 있다. 욕설과 인터넷 비속어에 점령당한 청소년들은 한글 맞춤법 실력도 크게 떨어졌다. 욕과 은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다 보니 초등학생 수준의 맞춤법도 모르는 중·고교생이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청소년 언어가 심각하게 오염됐지만, 단순히 문제 인식에 급급하고 정부와 교육청의 대책은 너무 안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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