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꽃을 사세요
기고-꽃을 사세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5.05 13:5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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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진주사무소장
박성규/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진주사무소장-꽃을 사세요

꽃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양 활짝들 피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스레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고/ 고운 향기 맡을 수 있어 감격이다

잘 아는 이해인 수녀님이 지은 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다. 수녀님이 전하는 꽃말처럼 이 세상에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란한 색들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고, 향기는 마음을 정화하기에 충분하다. 실존하는 현실 속에서 꽃 이상의 아름다운 단어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꽃으로 축하하고 슬픔을 함께 한다.

하지만 이러한 꽃도 코로나19 앞에선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여느 해 같으면 가족과 친구들의 축복 속에 품 안 가득 꽃다발을 안고 시끌벅적하게 치러져야 할 졸업과 입학식이 비대면으로 간소하게 진행되어 최대 특수 시즌을 건너뛰었다.

더욱이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각종 모임과 행사가 줄줄이 취소된 데다 결혼식·장례식까지 조촐하게 치러져 꽃 소비는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애써 키운 꽃들을 사람 손에 가기 전에 갈아엎거나 아예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농가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화훼 농가다. 정부·지자체와 교육계 등 각종 단체에서 화훼 농가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꽃 소비 촉진 캠페인과 꽃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전으로 돌아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와중에 일부 꽃 취급 업체에서 생화를 재사용하여 정상적인 새 꽃 화환으로 둔갑하는 행위가 자행되는 등 꽃 소비 부진을 부채질하는 양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재사용 화환 표시제’를 시행하여 꽃 소비 촉진을 도모하고 있다. 생화를 재사용하여 판매 또는 판매 목적으로 보관·진열할 경우‘재사용 화환’임을 표시하고 이를 소비자나 유통업자에게 알려야 한다. 위반 시에는 300만원~10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값싼 수입산 꽃을 국내산으로 거짓표시 하거나, 재사용 화환이 새 꽃으로 만든 정상적인 화환으로 둔갑하는 일이 없도록 5월까지 꽃 판매·제작업체에 대한 단속과 장례식장·예식장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화훼류 일제 단속을 벌이고 있다.

꽃과 함께 봄이 무르익고 있다. 본격적인 결혼 시즌이 시작되고 5월이면 감사의 계절로 그 어느 때보다 꽃 소비가 많을 시기다. 일각에선 단속을 피하려 생화 대신 조화, 쌀 화환 등을 권장하는 행태가 있으나 이는 건전한 꽃 문화 정착과 소비촉진이라는 상생의 취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화훼 농가들을 두 번 울리는 격으로 또 다른 축하 문화로 정착되어선 안 된다.

꽃 속에 감춰진 비밀은 아름다움, 감사, 사랑, 위로이다. 네덜란드가 세계적인 화훼 강국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꽃을 사랑하는 국민들의 정서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국내 화훼시장이 위축되면 수입산 꽃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고 화훼 산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오늘 퇴근할 때 장미 한 다발, 카네이션 한 묶음으로 가족 사랑을 실천하면 어떨까? 그 덕에 받는 사람은 사랑을 확인하고, 화훼 농업인들은 열심히 예쁜 꽃을 더 많이 생산하여 우리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정화 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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