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을 찾다(28)-양산시 ‘감성놀이체험가든’ 김태임 대표
강소농 현장을 찾다(28)-양산시 ‘감성놀이체험가든’ 김태임 대표
  • 배병일기자
  • 승인 2021.07.25 17:13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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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손길 가는 만큼 거두는 ‘땀의 결실’ 보람”
▲ 양산 창기마을에서 옥수수를 재배하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감성놀이체험가든’ 김태임 대표.

무료했던 삶을 바꾼 계기 ‘농사의 시작’

재배 옥수수 활용 다양한 체험활동 운영
자율모임체로 온라인 마케팅 확대 노력
강소농 활성화 직거래 보호조치 필요해


양산시 8경 중 하나인 ‘법기수원지’와 ‘천성산’ 언저리의 ‘창기마을’에 자리한 ‘감성놀이체험가든’은 재배한 옥수수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감성놀이체험가든’ 김태임 대표는 33년 전 이곳으로 시집올 때 시부모님께서 운영하시던 ‘용천대가든’을 승계받아 요즘 트렌드에 맞게끔 체험가든으로 전환해서 사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양산시강소농연합회 회원으로 ‘이웃사촌’이라는 자율모임체를 결성하여 온라인 판매 및 직거래 판매로 마케팅 범위를 확대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강소농이다. 다음은 김태임 대표와의 일문일답.

농작물 수확 체험활동.
농작물 수확 체험활동.

-감성놀이 체험가든을 운영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꿈을 찾기 위한 도전으로 결혼 21년, 나이 마흔에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양산청소년지원센터 학부모 상담지도자 봉사활동, 이주여성한글교실 봉사활동, 지역아동센터 프로그램 강사로 활동했다. 그리고 평생교육사 자격을 취득해서 장애인시설에서 교육을 담당했고, 양산의 몇몇 중학교에서 토탈공예강사 활동과 농업기술 교육지도를 했다.

짧은 시간에 참으로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인생 최고의 정점을 찍은 것 같다. 누구의 엄마, 아내, 며느리로 살아갈 뻔했던 시기에 아주 잘 한 전환점이었다.

하자고 덤비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고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면서 또 다른 길을 알게 됐다. 그리고 ‘고객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찾아오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자리를 내가 사는 곳 내가 있는 곳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다 보니 지금 이 멋진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농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뜬금없이 농업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때는 막막한 내 삶의 단비였지만 그렇다고 이 길로 가고자하는 삶의 목표는 아니었지만, 그 당시 무료했던 내 삶에 방향을 바꾸는 계기임에는 틀림없었다.

아직도 농부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농업에 입문한 과정은 2013년 ‘양산농촌체험관광협회’에 가입하고 활동을 통해서이다. 이후 2014년에는 농업기술센터의 ‘도시농부’ 교육과 2015년 강소농 교육을 받았는데, 강소농 교육생모집 신청서에 재배품목을 적으라는데 뭘 적어야할지 난감했다. 사실 가든을 운영하고 있어 농촌체험관광쪽으로 배우다보니 농업인, 경영체가 뭔지도 몰랐다.

그때 강소농 교육을 같이 받는 지인이 옥수수를 주며 직접 재배해 보라고 준 것이 계기가 되어 농사일을 체험하면서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지금은 초보 농사꾼이지만 재배작물은 ‘옥수수’라고 당당히 적을 수 있게 됐다. 지면을 통해 도움을 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웃사촌’ 자율모임체 활동.
‘이웃사촌’ 자율모임체 활동.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어떤가
▲역시 어렵다. 역시 힘든 것이다. 농사를 천직으로 가진 분에게는 정말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친정 부모님과 오빠의 농사짓는 모습을 보며 자라온 나에게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할 직업중 하나가 농업이었다. 어릴 때부터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이 힘들게 생활하시는 모습을 보았고, 벌써 아흔이 다 되신 부모님께서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히지만 존경스럽다.

하지만 내 아이들에게 먹일 먹을거리로 직접 키우는 데서는 정말 잘했다고 생각된다. 지금은 흙을 만지고 있는 나 스스로 대견하고 ‘역시 난 농부의 핏줄인가 보다’라고 생각한다. 이제야 ‘뿌린 대로 거둔다’는 원리를 알 것 같다.

-옥수수 농사는 그렇게 큰 기술이 없어 잘 키울 것 같은데 어떤가
▲옥수수를 알게 해주었던 친구가 ‘매번 같은 농사를 10년이 넘게 지어도 작물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라고 하는 말이 처음에는 피부로 와 닿지 않았었다. 그리고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들께서 힘들다 해도 그게 어떤 건지 몰랐다. 그런데 옥수수 농사도 알면 알수록 미궁 속에 빠진다. 진짜 아무것도 모를 처음에만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냥 이 시기에 해야 하는데’ 생각하며 그걸 놓치고 ‘그쯤이면 되겠지…’라고 방관하여 농사가 똑바로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거기다 덮친 것이 천재지변이다. 한 해는 소나기로, 한 해는 가뭄으로, 또 한 해는 연작장애로, 하늘을 원망하며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됐다.


옥수수의 크기도 들쑥날쑥 한다. 제일 쉬운 작물 중 하나가 옥수수 재배라고 덤볐던 나는 옥수수도 배울게 너무 많고 알아가야 할 것이 더 많음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올해 또 옥수수를 시작했다.

-농업활동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순간과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린다면 언제였나요
▲농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주 어려웠던 적은 없었지만 옥수수가 태풍이나 장마 등으로 쓰러지기도 하고 알이 꽉 차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시설이나 단체에서 저희 체험 가든을 찾아오는 횟수가 늘면서 농장과 옥수수의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주변에서 다수의 경쟁자가 생기면서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과 주변 환경조성 등으로 힘들었던 적이 있다.

최근에 양산농업기술센터에서 상표등록에 대한 교육을 받고 상표등록을 하고, 저만의 상표 스티커를 부착할 수 있어 더욱 더 뿌듯하고 집 앞에 있는 간판이 그냥 간판이 아니고 제가 상표 등록한 간판이 걸려 있어 더욱 보람을 느낀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요리체험을 하고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요리체험을 하고 있다.

-체험장 재료로 옥수수를 선택하셨는데 배경은
▲고객들이 찾는 체험장에서는 1차 생산물을 기르는 과정이 없으면 어떤 활동을 하던 간에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체험을 위해 누군가의 농산물을 구입해서 활용하게 되면 모양과 크기, 색깔 등 모두 설명해야 하는데 그 또한 한계가 있다. 그렇게 해서 생각한 것이 옥수수인데, 옥수수는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활용하기도 편하며 또한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재배도 쉽다. 재배한 옥수수를 활용하여 가루로는 샌드아트(모래놀이) 놀이학습을 하고 새순과 부드러운 것은 요리체험도 하고, 딱딱한 옥수수로는 까기와 차 만들기를 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생태계 학습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는 옥수수를 잘 선택한 것 같아 뿌듯하다.

-옥수수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은 어떤 것이 있나
▲지금 시기인 여름에는 콩쥐팥쥐 놀이, 풀 뽑기&추비주기 작업과 결실 맺은 잘 익은 옥수수 수확체험을 하고 밭작물의 환경 생태 학습을 한다. 그리고 옥수수밭 주변으로 자라난 계절마다 다른 작물로 요리체험도 하고, 옥수수 분말가루로 촉감놀이 및 건 옥수수 알까기 체험도 한다. 의외의 반응은 모든 체험객이 건 옥수수 까는 것을 너무 좋아라 하여 진행하는 내가 더 황당할 때가 많다. 체험객한테 물어보니 건 옥수수를 잡고 비틀어 재낄 때 우두두 떨어지는 손맛이 신기하면서 최고라고 했다. 옥수수새순 샐러드, 건 옥수수분말 샌드아트 촉감놀이, 옥수수 모종 옮겨심기, 옥수수 뻥튀기, 이웃사촌농가와 협업하여 옥수수표고콩차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운영할 수 있다.

-감사를 표할 곳이나 선후배 동료가 있다면
▲강소농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약했을 때 일으켜 주고 갈 수 있게 도와준 (전)양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님과 첫발을 내딛고 어리버리할 때 길라잡이 바로 서게 해준 주무관님께 먼저 인사를 드리고 싶다.

아울러, 이웃사촌이란 캐릭터를 창조하게 한 (전)양산시강소농 회장님와 이웃사촌 전 회원님들, 그리고 자율모임체 경진대회에 나가 수상할 수 있게 이끌어주신 경남강소농지원단 민간전문가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 중 최고는 항상 내 옆에서 말없이 묵묵히 지켜봐 주고 도와주는 나의 남편과 가족들 여기까지 이끌어준 분들이 없었다면 특허 낸 상표(간판)도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김태임 대표가 강소농비지니스모델 성과 발표를 하고 있다.
김태임 대표가 강소농비지니스모델 성과 발표를 하고 있다.

-후배 농업인에게 한마디
▲하면 된다. 그것이 진리다. 혼자 가면 힘이 든다. 한 명의 열 걸음보다, 열 명의 한걸음이 소중하듯 함께 같이 가서 가치를 충족시키면 더 큰 보람과 가치를 불러 오는 것 같다.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다 보면 문제점을 타파 할 개척정신을 기르게 될 것이다. ‘손길 가는 만큼 거둔다’는 것이 진실임을 알려주고 싶다.

-귀농인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고 다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두려워 할 것도 없다. 그냥 무턱대고 실천하는 것보다는 취미로 작물 재배를 선택하여 키워보고 난 후에 결정하여도 좋을 것 같다. 시어머니께서는 늘 밭에서 손님들 반찬거리로 작물을 재배하시면서 입버릇처럼 내뱉으신 말씀이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때는 이해 못했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키울 작물은 내 손에서 관리가 되고 보살펴야 하므로 귀농하기 전에 미리 작물을 키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양산삼량문화축전에서 강소농 자율모임체 ‘이웃사촌’ 농산물 판매 홍보활동 모습.
양산삼량문화축전에서 강소농 자율모임체 ‘이웃사촌’ 농산물 판매 홍보활동 모습.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근래에 이루고 싶은 계획이 있나요
▲꿈을 크게 가져 보지는 않았다. 그저 하루가 무탈한 것에 감사했고 그렇게 흘러가는 게 순리보다 더 힘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금껏 잘 살았듯이 우리 가족과 나를 알거나 나를 알려는 그 어떤 분들이든 다 같이 건강하게 잘 이겨 냈으면 하는 바람이 욕심이다. 그리고 꿈을 위해 장착했던 자격증을 활용하여 내가 있는 이곳 이 자리에서 하나씩 열어 최고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에 공부했던 학습활동들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양산시는 농업의 인구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이는 모든 물가가 상승곡선인지라 농업의 수익으로는 생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지만 강한 강소농을 활성화 하여 직거래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보호조치가 필요한 것 같다. 소농들이 판매(유통) 해야 할 문턱은 정말 높기만 하여 감히 어디에도 내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배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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