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지나면서
사막을 지나면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7.1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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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민들레공동체 대표
 
지난 주 민들레학교 학생들을 데리고 아침에 북경을 출발해서 국경도시 에얼리언을 통과해 몽골 울란바토르에 도착하니 오후 2시경, 약 30시간의 기차여행이었다. 내몽골을 지나서 고비사막 동북지역을 지나는 동안 내내 인위쩐을 생각했다. 그녀는 자기의사와 상관없이 아버지 손에 이끌려 마오우쑤 사막에 사는 한 남자에게 시집을 와서 모래밖에 없는 말 그대로 불모의 땅에서 20여년간 약 1400만 평의 땅을 숲과 생명이 가득 찬 곳으로 만든 중국 인민의 영웅이자 한 평범한 사람이 이루어 낼 수 있는 최대의 희망을 만든 장본인이다. 인위쩐의 이야기는 ‘사막에 숲이 있다’라는 제목으로 책이 출간된 바 있다. 몽골 행 기차가 지나는 동안 진링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인위쩐이 이룩한 숲을 볼 수 있건만 금번은 방문하지 못해서 서운했다.
2007년 경상대학교와 민들레공동체가 공동 주최한 사막화 방지 국제 학술대회 때 튀니지 사막연구소 라시드(Rachid) 박사의 열의 있는 사하라 사막화방지 프로젝트 발표와 KOICA 한중 사막화 방지사업 사례 등을 다시 떠올리면서 사막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세계인의 관심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조지수(IA, Index of aridity)에 따라 건조지역을 네 개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지수에 따르면 건조지역이 65억 헥타르로 이 수치는 전 세계 육지 표면적의 50%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면적이다. 이 중 10억 헥타르가 연중 100mm이하 강우량으로 IA기준 최고의 관리지역인 사하라 사막 같은 초건조지역(hyper-arid area)이며, 아시아만 해도 이미 14억 헥타르가 영향을 받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우리나라 산림면적 수준인 600만 헥타르의 산림이 파괴된다는 사실이고, 전세계 곡물재배지의 3분의 1이 황폐화되어 지난 40년간 2천400만 명이 사막화로 고향을 떠났다는 것이다.
사막화 현상은 자연현상만이 아니다. 과도한 남벌과 개발, 목축을 위한 과도한 방목과 기후변화, 그리고 인간의 탐욕의 결과로 야기되는 자연의 황폐 현상이다. 우리나라 국토는 아직 사막화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황사현상과 개발로 인한 녹지 및 갯벌파괴 등 지금부터 경각심을 가지고 준비해야 할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개도국 중에서 단기간 산림녹화에 성공한 예외적인 나라이다. 그리고 정부차원과 민간차원에서 중국, 몽골, 미얀마 등지의 사막 및 건조지역 프로젝트 면적이 1만8000헥타르 가까이 된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상황은 다르다. 초기식수 이후 관리가 안되어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문제나 안정적 녹화를 위한 지역사회 개발 프로젝트 등 많은 현안들이 있다.
금번 10월에는 경상남도가 유치한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제 10차 총회가 창원에서 개최된다. 고위급 특별회의나 과학위원회 회의 등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제 국력에 걸맞은 국제적 책무를 지는 기회라 생각하고 특히 아세아 지역의 사막화 방지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바라며 사막화 방지에 애쓴 관련단체의 역량을 높이고 더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인위쩐이나 라시드 박사와 같은 사막을 녹화시킨 경험과 감동이 있는 사례들이 준비되었으면 한다. 이러한 모임을 통해 우리에게 인류의 공공성과 책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무엇보다 우리의 생활양식과 개발방식이 사막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지구적 수준의 윤리의식을 높이는 기회도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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