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숙
전회를 건다
그늘 아래 앉아
긴 통화를 끝내고 나면
먹먹해진 그리움의 귀와
따뜻해진 휴대폰의 등줄기에
추억의 아랫목에 묻어 둔
지아비 따뜻한 밥그릇이 생각나는데
이젠 죽이 좋단다
은근한 불로 뭉글하게 끓인 흰죽
속이 편한
한 그릇의 죽이 되고 싶은 마음
쌀밥 같은 흰 꽃 두어 송이
따서 손에 들고
속삭인다
아련하게 멀어진 사월의 꽃밥 이야기를
저작권자 © 경남도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회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