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떠나고 싶으니까 직장이다
아침을 열며-떠나고 싶으니까 직장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9.15 17:4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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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스마트전기과 교수
이창우/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스마트전기과 교수-떠나고 싶으니까 직장이다

일요일 저녁, 다음날이 월요일이라 누구나 약간의 우울한 마음이 드는 시간일 것이다. 필자도 부담되는 월요일을 위해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10시가 조금 지나서 전화기가 울렸다. 주말 저녁 10시 이후에는 전화가 오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순간 ‘주차를 잘 못 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전화기를 들었다.

2006년 졸업생의 이름이 전화기 액정에 뜬다. 졸업 후 거의 통화를 해 본 기억이 없는 조용한 성격의 약간은 내성적인 학생이라 얼떨떨한 마음으로 통화 버튼을 눌렸다. 약간의 취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잘 지내시는지 궁금해서 안부 차 전화했다고 했다. 지난 15년을 회상하며 이런저런 그동안의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직 장가는 안 갔으며, 졸업 후 취업한 직장에 계속 다니고 있다고 했다.

통화를 마치고 옛날 생각에 잠기며 잠자리에 누웠는데 문자가 왔다. 조금 전 통화한 졸업생이다. ‘한미약품 합성팀 대리 000’이라고 적힌 자신의 명함을 보내고, 뒤이어 ‘“어느 회사든 본인의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꼭 있다. 이런 사람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잘못된 판단을 하면 안 된다. 대신 내 마음에 드는 괜찮은 사람 한 사람만이라도 직장동료로 만들면 직장 생활은 할 만해진다”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이때까지 한 직장에서 일하는 것 같습니다’라는 문자가 왔다. 기억도 나지 않는 말이지만 다시 한 번 교사로서 해야 할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날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이런저런 문제로 그만두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것으로 현재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고 새로운 밝은 미래가 나를 맞이하는 것일까?

이 글의 제목은 정지연 작가의 ‘떠나고 싶으니까 직장이다’에서 인용하였고, 정지연 작가는 선배들이 말하는 퇴사의 조건 3가지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첫째, 1년은 채웠는가? 이력서 경력란에 쓴 내용이 진정한 경력으로 인정받으려면 ‘최소한 1년 이상 근무했다’라는 조건이 따른다. 괴롭더라도 9개월, 10개월쯤에 그만두지는 말자. 게다가 퇴직금도 1년은 채워야 챙길 수 있다. 도저히 힘들어서 그때까지는 못 견디고 포기하고 싶어도 6개월 이상은 채워라. 그래야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다.

둘째, 회사 간판만 봐도 구토가 나는가? 회사 간판만 봐도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공황증까지 느껴진다면 그곳은 당신과 맞지 않은 회사다.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라면 그만둬라. 다만 문제를 과장해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럴 때는 직장생활을 하는 동기나 선배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자. 지금 느끼고 있는 스트레스가 개인적인 기질에서 비롯된 것인지 구조적인 문제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셋째, 진로와 무관한 직장인가? 다양한 이유로 자기 적성이나 진로와 무관한 직장에 붙어 있는가? 그것도 ‘언제 그만둘지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다니고 있다면 우선 진로부터 찾아라. 정년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미래와 자신의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 이왕이면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직장,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장과 직업을 찾아야 한다.

그럼 적성과 흥미에 맞는, 평생 하고픈 일을 찾아가는 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인간생태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칼 필레머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대다수 사람은 처음 시작할 때는 그렇게 대단치 않은 직업이나 이상적이지 않은 일을 한다. 무표정한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생이나 이것저것 물어보는 손님에게 다소 신경질적으로 대하는 작은 점포의 직원에게 앞에서 말 한 세 번째 이야기를 한다면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직장, 평생 같이하고픈 일을 하라는 말 따윈 집어치워”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인생의 현자들이 들려주는 답은 하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지금 하는 일에서 가치를 찾아라” 지루하고, 재미없고, 유쾌하지 않은 일에 관해서라면 우리보다 인생의 현자(보릿고개를 지나며 살아온 그들)들의 경험이 더 풍부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인생의 현자 중에 가장 성공한 사람들은 가장 평범하고 지루한 일을 배움의 기회로 변화시켰던 사람들이다.

20년간 학생들과 함께한 경험으로 한마디 하고자 한다면, 직장에 대한 선택은 신중히 하라. 단 선택의 시간이 1개월을 경과하지는 말자, 그리고 한번 선택한 직장은 최소 1년은 유지하고 그 기간에 회사에서 필요한 자격증 1개 이상은 취득하자. 이것이 새로운 출발을 꿈꾸며 한국 폴리텍 대학을 찾아 필자와 인연을 맺는 학생들에게 10년 후 나를 내가 원하는 직장인으로 만들어 주는 방법이라고 매년 들려주는 이야기다.

지난해와 더불어 2021년도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 분들은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길 바라고, 또 현재 직장이 없는 분들은 이 시간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에게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고 건강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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