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1,500원의 행복
아침을 열며-1,500원의 행복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0.07 17:3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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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스마트전기과 교수
김성삼/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스마트전기과 교수-1,500원의 행복

2021년 2월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의 커피전문점 자영업 시장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커피전문점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커피 소비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소비국이며 매년 증가세에 있다. 세계 평균 연간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약 130~132잔 수준에 매년 머물러 있는 동안, 한국 성인의 1인당 연간 커피소비량은 2015년 291잔에서 2018년 353잔으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는 수준이다.

필자도 언제부터인가 주말 또는 휴일 아침이면 모닝 커피 마시는 재미와 낙에 한창이다. 뒷산에서 아침 운동을 하는 날에는 귀가 길에 전화 주문하거나, 운동을 하지 않는 날은 샤워 후 도보로 약 5분 거리의 집 근처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 미리 전화를 하여 아메리카노 두 잔을 테이크아웃 해 온다. 예전에는 집에서 조금 더 가까운 일명 ‘별다방’ 커피를 마셨는데, 커피 한 잔 금액 대비 맛이 기대감을 주지 못한 것 같다. 한편으로는 필자의 입이 고급지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기억해 보면 당일 몸 상태, 기분에 따라 커피 맛의 편차 폭이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연유로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테이크아웃 전문점 커피로 옮긴 것 같다. 커피 테이크아웃 초기에 아내는 “집에서 핸드 드립하면 되는데”하였지만 필자가 핸드 드립 커피를 내려 보지 않았고, 또 아침 식사 준비 및 바쁜 시간에 커피 마시고 싶다고 매번 아내한테 부탁하는 것도 부담과 눈치였다.

테이크아웃 전문점 커피의 아메리카노는 금액 대비 맛과 품질이 일정하여 단박에 필자의 입맛을 사로잡아 버렸다. 현재까지 거의 습관, 중독이다시피 매주 아내를 위한 커피와 함께 두 잔을 주문해서 주말, 휴일 일과 준비를 시작한다. 특히 앞 베란다 조그마한 테이블에서 꿀과 견과류를 넣은 요거트, 아보카도를 넣은 샌드위치와 함께 19층 아파트 창 밖을 통해 보이는 주택가 단지와 전망을 보며 마시는 커피는 호사(豪奢)가 따로 없다.

최근 주말 아침 고3 아이를 등교시키고 복귀 길에 평소처럼 커피점으로 향하였다. 하지만 그 날은 아침에 서두르다 보니 미처 휴대폰을 가져오지 못했다. 휴대폰에 체크카드가 들어 있어 결제하는데, 카드가 없으니 순간적으로 차 안 동전에 눈이 갔다. 카페로 가는 길에 잠시 정차하여 오백 원, 백원 동전을 세어 보니 2,500원 정도 되었다. 하지만, 커피 두 잔을 사려면 최소 3,000원이 필요한데...

순간 찰나의 시간 동안 갈등이 일었다. 커피를 안 사고 그냥 귀가할건지, 아니면 주말에 종종 방문을 하니 안면으로 외상이든 어떻든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정을 애기해 볼 건지! 잠시지만 망설임 끝에 일단 부딪혀 보자고 생각했다. 매장에서 필자는 커피 가격을 확인 한 후 나름 커피를 마시고 싶은 간절한(?) 심정과 함께 현재 금액이 부족한데 추후 갚을 테니 외상이든 봐 줄 수 없냐고 사정을 말하였다. 뜻밖에 커피점의 여사장님인 듯 한분이 흔쾌히 주문을 받아줬고, 나는 기대 반 우려 반 순간에 작은 기쁨의 환호성이 나왔다.

집에 와서는 커피점에서 있었던 사연을 아내에게 애기하니 다소 어처구니없는 듯 한 웃음을 보였다. 아내도 지인들과 종종 방문하는 커피점이라며, 차주에 본인이 갚겠다고 하였다. 필자는 커피점 사장님의 감사와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 휴일 날 아파트 창 밖으로 매장 영업을 확인 후 방문하여 커피 주문과 함께 어제 후의에 대해 다시 한 번 기분 좋은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적은 액수지만 사장님은 당신이 베풀 수 있는 방법으로 필자에게 훈훈한 정과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스마트전기과는 미래 성장 동력 학과로 선정되어 2022년부터 전문대졸 이상의 신입생을 모집하여 하이테크과정으로 개편하여 운영 할 예정이다. 커피 점 1,500원의 행복처럼 필자가 캠퍼스에서 학생들의 만족과 감동을 위해 베풀 수 있는 배려, 후의는 강의와 진로지도, 연구 활동 및 산학협력 등 교육 서비스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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