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의 대를 잇는 농부들-황금빛 친환경 상황버섯 키우는 전상수·주영 부녀
산청의 대를 잇는 농부들-황금빛 친환경 상황버섯 키우는 전상수·주영 부녀
  • 양성범기자
  • 승인 2021.10.18 15:18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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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열정 부녀…“상황버섯 항노화 제품 개발 목표”
▲ 산청군 생비량면에서 상황버섯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상수씨 가족. 오른쪽부터 아버지 전상수씨, 딸 전주영씨, 어머니 양은정씨, 사위 이준호씨가 버섯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산청군

버섯을 향한 배움의 열정 부녀가 똑같이 닮아

56세인 2006년 버섯공부 대학진학 장학금도
아버지 돕기 위해 농업경제학 배운 딸 주영씨
결혼 후 남편과 함께 귀농 어엿한 농업경영인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가을의 이른 오전, 시설 하우스의 출입문을 여니 더운 기운이 훅 끼쳐온다.

버섯이라 당연히 나무에 붙어 있을 것이라 상상은 했지만 마치 곶감을 말리는 듯 일목요연하게 오와 열을 맞춰 공중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니 신기함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일정한 크기로 잘려져 대롱대롱 달려 있는 나무 밑동을 살펴보니 황금빛 상황버섯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자라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005년 고향인 산청군 생비량면으로 귀농해 어느덧 16년째 상황버섯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상수(69)씨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상황버섯 키우기에 뛰어든 딸 전주영(38)씨를 만났다.

아버지 전씨는 상황버섯 농사를 시작하며 버섯의 생육과 효능, 선진 농사법에 대한 배움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귀농 1년만인 2006년 경남과기대 특용생명과학과에 정식으로 입학했다. 4학년 때는 전액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녔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했다.

전상수씨 가족이 상황버섯을 살펴보고 있다. /산청군
전상수씨 가족이 상황버섯을 살펴보고 있다. /산청군

아버지의 상황버섯에 대한 열정은 고스란히 딸에게도 이어졌다. 딸 주영씨는 일찌감치 농업에 뛰어들 각오로 경상대학교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4살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 상황버섯 농사에 힘을 쏟았다.

아버지와 딸, 그리고 묵묵히 뒷바라지에 힘쓴 어머니 덕분에 농장은 성장을 거듭해 현재 총 24동(1만3900㎡), 13만개의 원목에서 4.5t(건중량)의 상황버섯을 생산하고 있다. 연 매출은 4억1000만원에 이른다.

부녀는 고품질의 상황버섯을 생산하기 위해 스탠딩(공중재배) 방식으로 재배하고 있다. 특히 2020년에는 GAP(농산물우수관리제도) 인증을 받는 등 품질관리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덕분에 경남지역 농협하나로마트 30여곳과 롯데백화점, 롯데호텔을 비롯해 인터넷 플랫폼 15곳 등에 납품하고 있다.

상황버섯 유기농업기능사와 버섯종균기능사 자격을 보유한 주영씨는 지난 2016년 남편 이준호씨와 결혼 후 농업경영체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상황버섯 재배와 연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전상수씨가 상황버섯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산청군
전상수씨가 상황버섯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산청군

특히 남편 준호씨는 주영씨의 농업에 대한 열정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은 물론 직장을 그만두고 함께 귀농해 상황버섯에 매진하고 있다.

아직은 아버지가 이뤄온 규모에 비하면 작지만 남편 준호씨가 버섯종균기능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은 물론 전국의 상황버섯 청년농업인과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종균 재배와 관리, 유통과 제품 홍보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도움을 주고 있어 미래가 기대된다.

특히 남편 준호씨는 디자인 관련학과를 졸업한 이력을 십분 살려 포장박스 디자인을 직접 맡는 등 보탬이 되고 있다.

주영씨는 산청군의 여성1호 청년창업농이다. 지난 2019년 청년농업인 경쟁력 강화사업에 선정돼 본인의 이름을 건 상황버섯 농업경영체를 설립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포장작업 모습. /산청군
포장작업 모습. /산청군

아버지를 도와 상황버섯 농장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자신만의 농업경영체 운영을 통해 상황버섯을 활용한 항노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주영씨는 여성농업인이 농기계를 다루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더 넓어지기를 바란다.

그는 “산청군에서도 농기계 운용과 관리법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기초적인 부분이 대부분”이라며 “좀 더 다양한 농기계를 더 깊이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년농업인으로서 꼭 필요한 지원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청년농업인으로 선정돼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많은 경우 지원 기간인 3년은 제대로 자리 잡기에 시간이 모자라다”며 “청년농업인 제도가 좀 더 발전돼 청년농업인으로 육성된 농업인 가운데 우수한 성적의 청년 농부를 ‘우수청년농업인’으로 선발해 지속적인 지원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양성범기자

버섯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산청군
버섯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산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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