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기행을 다녀와서(1)
문학기행을 다녀와서(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7.1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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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삼희/시인
장맛비 속 모롱이 길마다 꽃뎅강꽃이 흐드러져 후끈한 7월의 강렬한 빗줄기를 맞고 있다. 목적지는 전남 장흥 천관산 문학관이다.
여러 지인들과 함께하는 여행, 새롭고 낯선 곳에 대한 동경의 하루가 시작된다. 장맛비가 시작된 지 사나흘, 간간히 태풍 비바람까지 버스 창문에 미끄러지듯 붙었다 파도처럼 물러서곤 한다. 요즘 장맛비는 물 폭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꺼번에 쏟아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고 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며칠 전 비로 전국적으로 십여명이 넘는 인명피해가 났다. 아직까지 장마가 끝난 게 아닌 만큼 한번도 주변을 둘러보고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할 것같다.
빠르게 달리는 차안 밀폐된 공간사이로 에어컨 바람이 사람들의 열기에 뎁혀져 여기저기를 돌다가 빠져나갈 통로를 기다리고 있다.
물안개를 끌어안은 숨 막힐 듯 다가오는 비오는 날의 천관산은 지리산, 내장산, 월출산, 능가산과 더불어 호남 5대 명산 속에 속한다.
천관은 하나님의 면류관 이라는 뜻이라 한다. 산자락이 품은 기암괴석의 모양새가 꼭 화려한 왕관 같다 해서 얻은 이름이다. 지리학에 조예가 깊었던 존재 위백규가 후학을 양성하며 지냈다는 장천재와 방천리 고인돌 군락지와 더불어 도립 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해설가님은 자기만의 목소리로 정성을 쏟는다.
산 남쪽에서 흐르는 천관산 문학관 줄기에는 산세가 웅장하고 계곡이 많은 곳으로 문학의 거목들이 다른 지역 보다 많다고 한다. 전국 최초의 문화관광 기행 특구와 명품 마크를 달은 장흥은 다른 지역과 비교된 자랑거리임은 틀림없다.
산하에 현존하는 역사와 문화의 유적들은 선인들이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 설명해주는 증거물이자 좋은 자료이기도 하고 후세에 학술 자료인 셈이다.
진주에는 그런 내세울만한 문학관 건립이 아직 조성되어 있지 않아 문인으로서 아쉬울 따름이다. 문인들의 위상이 드러나고 고차원의 삶의 질과 현장이 있는 문학관이 하루빨리 세워지기를 바래본다. 아쉬움은 시간을 자꾸 흘러가게 만들고 있다. 흐르는 게 안개뿐이랴. 구름뿐이랴. 시간뿐이랴.
장흥 문학하면 이청준, 한승원 선생님들의 시의 산맥들이 고스란히 숨 쉬는 작품들로 매잡이, 눈길, 천년 학, 서편제, 퇴원, 새터말 사람들, 포구 등등 한국의 큰 획을 그은 문림의 향이다. 그래서 남도민의 한과 소리를 담아낸 생들이 우거진 삼나무 숲만큼 아련히 책 향기를 내는 곳이기도 하다.
우중의 문학기행인 만큼 창밖의 풍경들이 순간순간 시심을 끌어내고 있다. 몽환적 기분에 젖어 들게 까지 한 여행에서 맛보는 이 사실적 기분들이 오늘은 무엇보다 좋다. 함께 공유함으로서 장흥은 고풍스럽기 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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