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화
산문 열어주던 호두나무 볕이 든다
지리산 무수한 별들의 집
한 쪽은 낡은 지붕에 또 한 쪽은
하늘 통로가 되어 서 있다
반쪽으로도 그리움에 닿는 저녁이면
백무동 푸른멧새 분주한 날개 접고
호두나무에 기댄다
혼자서 여문 껍질이 낯선 세 아이들,
새들도 처음부터 알아 본 건
아니었는지 가지마다 부리자국 나 있다
바닥에서 오르기 시작한 담쟁이가
우듬지 끝을 향해 가듯,
지리산 낡은 지붕이 기대는
호두나무에 가을볕이 내린다
저작권자 © 경남도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