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들어야만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산
산에 들어야만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산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05.2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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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합천 산성산

▲ 등산객들이 상투바위 전망대에서 경계선이 이어지는 일망무제의 풍광을 가르키고 있다.
합천 산성산(山城山·741m)은 등산인들에게 그리 많이 알려진 산은 아니다. 산이 높지 않을뿐더러 멀리서 보면 우리나라 여느 산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산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거나 산으로 들어가면 이런 생각은 조금씩 사라진다.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합천 국도방향, 즉 서쪽은 깎아지른 벼랑이 눈앞을 막아서고 질서 없이 보이는 기암은 여름철 비온 뒤 솟아오른 죽순처럼 제각기 형상을 보여준다.

 평범한 산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기암들이 마루금을 따라 발달한 것이 아니라 8∼9부능선 상에 있어 산 실루엣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산성산은 산에 들어야만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그런 매력적인 산이다.

합천군 쌍백면에 위치하며 의령군 궁류면 한우산(찰비산·764m)과 연접한 진양기맥 상의 봉우리다. 주봉에서 합천방향이 동이봉, 의령 쪽이 한우산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산에 벽계산성이 있었기 때문에 산성산으로 불린다.

성의 축조 시기는 정확히 알수 없고 정상부에 넓은 초지가 형성돼 있어 과거 성터로서 지리적 위치가 탁월했음을 알수 있다. 임란 때는 봉수대로 사용됐다고 전한다. 성터는 산성산에서 찰비고개 사이 등산로에 흔적이 일부 보인다. 내성은 토성형식이며 외성은 석성형태를 띠고 있다. 토성은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나 석성은 허물어져 일부 2∼3단이 남아 있다. 기와와 토기편이 출토되기도 했다. 코스가 길지 않고 길도 평탄해 비교적 편안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합천 가는 국도를 타고 삼가면 소재지에서 5분 더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논길이 나온다. 논길 사잇길을 따라 산 방향으로 진입해 내초마을까지 가면된다.

▲들머리는 내초마을 소나무숲이며 이곳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소나무숲→외초마을→배틀바위→큰재먼당→굴샘→산성산→선듬→동이듬→산성산 정상→찰비재→장수듬→한우산(반환 및 하산)내초소류지→내, 외초 마을 원점회귀. 8km에 4시간정도가 소요된다.

주차장 옆 마을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는 소나무 숲이 일품이다. 수령이 300년쯤 되는 노송 50여그루가 성성하다. 송림을 가로지르면 바람의 향취가 상큼하다.

외초마을은 몇몇 빈집을 제외하고는 가옥들이 비교적 깨끗하게 정돈돼 있다. 마을을 벗어나 상수도 시설이 있는 곳에서 왼편 산으로 등산로가 열려 있다.

초입부터 초록의 잔치가 시작된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상록활엽수의 새순이 이제 갓 노란빛을 밀어내고 녹색으로 진화하려한다. 마치 밀림 속으로 빨려 드는 느낌이다. 짧은 활엽교목의 잔치가 끝날 즈음 토종소나무숲길이 한동안 계속된다.

40여분 만에 만나는 능선 상의 갈림길은 맞은 편 벽계 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붙어야 산성산 방향. 큰재먼당을 지나고 출발 후 50여분 만에 등산객의 목마름을 적셔줄 환희와도 같은 물줄기 굴샘에 닿는다.

▲굴샘은 산골짜기 바위들이 뒤엉켜 있는 틈 사이에서 물이 흘러나온다. 석간수 혹은 청량수, 샘, 온갖 좋은 단어를 다 갖다 붙여도 좋을 만큼 반가운 생명수다. 누군가 꼬마 표주박을 걸어 놓았는데  적어도 서너쪽은 마셔야 성에 차고 그러고 나면 찬 기운때문에 소름까지 돋는다.

‘여름 산행의 묘미는 산물을 마시는 것’이라는 어느 등산객의 말이 생각나 몇 쪽을 연거푸 마셨더니 목구멍까지 물이 차올라 ‘꼬르륵 ’거린다

굴샘은 비교적 물이 많이 흘러나온다. 등산로에서 110m쯤 벗어난 지점에 있어 자칫 지나치기 쉬우므로 이정표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굴샘을 벗어난 뒤 동이듬과 선듬의 웅장함을 가까이서 보려고 산허리를 돌아가는 코스를 택했는데 동이듬 하단부로 지나는 바람에 전체적인 웅장함을 놓치고야 말았다. ‘동이듬’은 높이 30m짜리 돔형바위로 ‘물동이를 엎어놓은 것 같다’하여 쌍책면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다.

▲이 구간이 이 산에서 가장 험한 구간이다. 돌아서 내려선 만큼 또 다시 된비알을 올라 험로를 네 손발로 기어야하는 수고를 감내해야한다.

너덜겅을 지나면 한사람씩만이 겨우 오를 수 있는 협곡, 설치된 로프에 의지하면 조금은 편하다. 벼랑과 협곡의 끝 능선에 서면 맞은편 한우산의 풍광이 들어온다. 왼편 능선의 정자에서부터 오른쪽 사면의 철쭉이 붉은 기운을 뿜어낸다. 비럭에 붙은 담쟁이 넝쿨은 강한 태양을 받아서인지, 겉늙었는지 아니면 종자가 그런 것인지 노란단풍이 들었다.

왼쪽으로 90도를 꺾어 올라 5분이면 뼈대만 남은 억새가 반기는 정상이다.
파노라마 전망, 올라온 방향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과 황매산이 아련하게 다가오고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남산제일봉과 가야산이 아스라하다.

겹겹이 이어지고 쌓인 산의 실금들이 한눈에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하게 멀고 넓게 펼쳐지는 끝없는 풍광이다. 가야할 한우산이 성큼 다가와 있다.

정상 갈림길에서 왼쪽은 동이봉으로 연결되고 하산하면 벽계마을 하산길이다.
이 길을 버리고 찰비재로 향한다. 비교적 평탄해 걷기에 딱 좋다. 조금은 급하다 싶을 정도의 내리막길도 나온다.

이 산에서 가장 화려한 경치를 볼 수 있는 포인트 상투바위전망대가 이곳에 있다. 등산로를 20m 벗어난 지점에 있어 역시 이정표를 잘 살펴야한다.

전망대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산성산 정상아래 병풍바위와 동이듬 경사면에 우뚝 솟은 입석바위와 선듬 등이 신록과 어우러져 선경(仙景)을 이룬다.

찰비재는 의령과 합천사람들을 연결하는 소통의 재이다. 이 재의 왼쪽, 그러니까 의령쪽 찰비계곡에는 양 지역 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었으나 이를 완성하지못한 애틋한 사연이 하나 있다.

아주 옛날 합천 삼가쪽의 처녀가 의령 궁류총각과 혼인했다. 부부는 삼가 모의 처가에서 신혼밤을 보낸 뒤 신혼살림을 챙겨 꽃가마를 타고 찰비재를 넘어갔다. 그러나 일행이 재를 넘고 찰비계곡에 닿았을 때 소나기가 쏟아졌고 홍수로 인해 부부를 비롯해 신혼살림이 모두 떠내려가버렸다. 며칠 뒤 계곡에는 각시가 주검으로 발견됐는데 그곳이 각시소, 가마가 있던 곳이 가마소다. 신혼의 달콤한 꿈과 새로운 생을 준비하던 합천 삼가 부인과 의령 남편의 애환이 서린 찰비재와 찰비계곡의 전설이다.
긴 산행을 피하고 아이들을 동반한 산행이라면 이 재에서 내초마을로 하산하면 된다.

▲찰비재를 지나면 장수듬과 한우산으로 연결된다. 한우산까지는 휴식시간 포함해 2시간 30여분이 소요된다. 이 산 정상까지 매연 풀풀 거리는 차량이 올라 와 있는 것은 못내 아쉬움이다.
내초마을 하산 길은 급해 주의가 필요하다. 갈비와 낙엽이 중간 중간에 깔려 있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하산 길에 꽃과 줄기의 모양새가 거의 비슷한 둥글레와 은방울꽃 군락지가 있다. 비슷한 식물이 같이 자라는 것도 신기한데 하나는 독초이고 다른 하나는 약초인 것도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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