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과 함꼐 백두대간 완주 꿈 이루다
딸들과 함꼐 백두대간 완주 꿈 이루다
  • 김봉철 기자
  • 승인 2012.12.03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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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 근무 박영옥씨 3년8개월 걸쳐 730km 산행…가족애 화제
▲ 국립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에 근무하는 박영옥 씨가 딸들과 함께 3년 8개월에 걸쳐 730여㎞의 백두대간을 완주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국립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에 근무하는 박영옥(47) 씨가 딸들과 함께 3년 8개월에 걸쳐 730여㎞의 백두대간을 완주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박 씨는 지난 2009년 3월 14일부터 서울 용산구청에 근무하는 박승일(47) 씨와 백두대간 종주에 나섰다. 건장한 남자들도 완주하기 쉽지 않은 이 백두대간 종주에 박 씨의 딸 (당시) 중학교 1학년 희인, 초등학교 3학년 희라 자매와, 박승일 씨의 딸 초등학교 6학년 혜인, 초등학교 3학년 혜지 자매가 함께 했다.

이들은 730㎞에 달하는 백두대간을 모두 36회로 나누어 완주했다. 지난 11월 3일 진부령을 마지막으로 종주를 끝낸 이들의 이야기가 ‘월간 산’에 실리면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전문 산악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딸들은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으로 성장했고,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서로 믿고 의지하며 “작지만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바위가 되어 있었다” 고 말한다.

반대가 심했던 어머니들에게 “지나는 곳마다 그 지역의 특산물과 역사를 공부시키겠다. 이보다 더 좋은 지리 공부는 없다”며 설득했다. 아빠와 딸들은 서로 나이가 같고 이름도 비슷하다.

한 달에 한 번, 한 번에 어른들이 걷는 하루 구간을 1박 2일로 나누어 3년을 계획했다. 첫 번째 종주는 2009년 3월 14일 여원재-복성이재였다. 원래대로라면 백두대간의 출발점인 지리산에서 시작했겠지만 마침 지리산이 통제기간이었다. 이후 4월 4일 복성이재-무령고개, 5월 2일 성삼재-여원재, 6월 12일 무령고개-육십령-월성치 이렇게 종주를 이어갔다.

위기도 있었다. 박승일 씨가 2010년 2월 산행 중 실족해 쪽다리 골절상을 입어 종주를 단념할까도 생각했지만 그 지역의 산꾼들이 기꺼이 동행해 주어 무사히 종주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

이렇듯 이들은 종주를 이어가지 못할 위기 사항도 있었지만 가족애와 서로의 믿음을 바탕으로 백두대간을 완주해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박영옥 씨와의 인터뷰

-산을 찾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내가 산에 가는 이유는 ‘산 냄새’가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텐트를 열 때 나는 산 냄새를 잊지 못해 매번 산에 간다. 아마 애들도 이젠 산 냄새를 조금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아마 조금 지나면 딸들이 먼저 산에 가자고 이야기를 꺼낼 것이다.(웃음)

-딸 들과 산행을 함께해서 좋았던 점은
△긴 산행 시간 동안 부모와 자식 간에 자연스럽게 많은 대화가 오고 간다. 부모 입장에서 딸들과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것 중에 산행보다 더 좋은 게 없다. 3년 동안 무척 힘들었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을 준 것 같아 뿌듯하다. 특히 종주가 끝난 후 일상생활에서 딸들과 보다 허물없이 대화할 수 있어 다른 분들에게도 자식들과의 산행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위험한 상황도 있었다던데
△대관령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날, 전망대에서 매봉까지 가는 길에 눈이 엄청 쌓였는데 안개로 인한 화이트아웃 현상으로 인하여 길을 잃어 환상방황에 빠졌다. 해는 저물고 허기가 몰려왔다. 살을 에는 듯 한 바람과 추위에 아이들은 벌벌 떨었다. 아빠들은 필사적으로 휴대폰이 통하는 곳으로 이동해 근처에 사는 지인에게 도움을 청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지만 그때마다 아이들은 아빠들을 믿었고, 아빠들은 아이들 앞에서 당황하는 모습을 절대로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고난의 상황에선 믿음이 가장 큰 무기다라는 생각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박승일씨와는 어떻게 만났나
△박승일 씨는 우리 고유의 산맥개념인 산경표 동호회에서 만나 자주 산행을 하다가 친해졌다. 그러던 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딸내미랑 백두대간 종주에 의기투합해 이젠 친형제보다 친한 친구가 됐다. 딸들끼리도 친자매가 된 듯하다. 고난의 시간을 함께 보낸 이들에게선 동지애를 넘어 가족애가 싹트는 법이다.
산길이 길어 산행 도중 산속에서 야영해야 할 때 무거운 장비들을 지고 동행해 주고, 위험한 길에 기꺼이 아이들의 손을 잡아 이끌어준 산사람들에게서 딸들도 자연스럽게 남에 대한 배려를 배웠을 것이라 여긴다.

-딸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은
△우리 딸들이 남을 배려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는 적극적인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딸들과 함께 걸었던 산길과 쏟아지는 별들을 올려다보며 밤을 지새웠던 산정이 그리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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