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칠선계곡과 서암정사
지리산 칠선계곡과 서암정사
  • 한송학 기자
  • 승인 2012.11.22 0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유일 석굴법당 금니사경 전시관


 


명산순례

지리산 서암정사는 일반 사찰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국내 유일한 석굴법당과 금니사경(金泥寫經) 전시관이 있다는 것이다.

근대 불교예술의 대표적 작품으로 미래의 문화재가 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서암정사는 한국 선불교 최고의 종가라는 벽송사와 500m쯤 떨어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지리산의 비경인 칠선계곡으로 올라가다 벽송사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들어서면 큰 입석이 일주문처럼 맞는다. 우측 계단으로 들어가면 오른쪽 바위에 새겨진 사천왕상들이 절을 수호하고 있다.

사천왕의 무서운 눈매를 응시하면 나약한 인간의 오만은 작아지고 순수의 내면을 직시하는 겸손의 마음이 자리한다.

좁은 굴을 지나가면 웅장한 화엄의 세계가 열린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으며, 앞마당에는 대웅전이 마무리 돼 불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대웅전 지하에는 금니사경 전시관이 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바위굴 안에 만들어진 석굴암 극락전이 나온다.

암굴의 벽면과 천정에는 수많은 석불들이 조각돼 사면을 가득 메우고 있으며, 이렇게 바위에 조각한 불상이 있는 사찰은 전국에서 보기 드물고 이를 귀하게 여겨 찾는 사람이 많다.

어두운 동굴의 폐쇄성과 신비로운 종교의 예술성이 부자연스럽게 만나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찾는 이들의 대부분은 이 오묘한 느낌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경주 석굴암과 견줄만하다!”

벽송사의 부속암자였다가 절로 승격된 서암정사는 현재 유명세를 타고 있어 일반인들은 벽송사가 더 초라하게 느껴 질수도 있다.

서암정사의 유래는 원응 큰스님이 30여 년 전 이 주변을 살피던 중 사람이 깎아 놓은 듯한 큰 바위를 보고 순간 몸이 굳어진 듯 멈췄다고 한다. “여기구나, 아! 좋구나….”

조용히 눈을 감고 부처님의 영산회상, 그리고 아미타상을 떠올렸다고 한다. 지리산에서 희생된 무수한 원혼들의 상처를 달래고 부처님의 자비 안에서 이상사회가 실현되기를 발원하면서 법당을 조성하게 된다.

석굴법당은 자연바위에 굴을 파고 들어가 만들었는데, 무려 12년이 걸렸다. 1989년 6월부터 조각을 시작해 2001년 완공했다. 안양문을 열고 들어가면, 대략 70㎡ 정도의 넓이에 7~8m 높이의 거대한 석굴법당이 압도한다.

아미타불을 위시해 팔보살, 제석천, 범천, 십대제자, 법장비구, 타방세계 불보살, 신장단, 현왕단 등이 양각 방식으로 조각돼 있다.

주조각 외에 여백을 가득 메우고 있는 구름과 물결은 불보살의 원대한 서원과 무한한 불법의 세계를 상징한다. 십장생을 비롯한 갖가지 동식물과 연꽃 등은 극락세계를 표현하고 있다.서암정사는 대자연이 빚어낸 조화로운 장소에 여러 사람들의 공덕이 보태지면서 오늘의 모습을 이루게 됐다.

또 대웅전 지하에 있는 금니사경 전시관은 서암정사의 또 다른 볼거리다. 사경수행 전통을 부활시킨 사람으로 인정받는 원응 큰스님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경은 불경을 베끼는 일로, 금니사경은 먹사경 위에 금가루를 이용해 경전을 쓰는 것을 말한다. 스님은 1985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대방광불화엄경 58만7261자의 금니사경 대불사를 이뤘다.

80권의 화엄경을 옮긴 이 불사는 정신을 집중해 하루에 수백 자씩 써야 하는 대단히 어려운 작업으로 눈에 이상이 생겨 실명 위기도 여러 차례 겪었다. 석굴법당의 원만한 완공을 축원하면서 사경에 임했다고 한다.

전시관에는 화엄경 금니사경을 비롯 화엄경 먹사경, 금강경보탑 사경, 사경부채 등 다양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작품은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가졌으며, 특히 대만 전시회에서는 중국의 서예가들도 글씨의 예술성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서암정사와 벽송사를 둘러보고 추성마을로 내려서면 지리산 참 옻을 넣고 푹 삶은 토종백숙과 지리산 산나물들이 지친 여행객의 미각을 자극할 것이다.

막걸리 한 사발에 야채전 한 입 물면 떠난 자만이 공유할수 있는 자유로움과 행복감이 가슴속 깊이 충족됨을 느낄 것이다.

서암정사를 찾기 위해선 대진곡속도로 함양, 88고속도로 함양, 인월 인터체인지를 이용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