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건축
건강한 건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12.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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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형/경남과기대 건축공학과 교수

올겨울 한파로 인하여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린 가운데 서울에서는 새로 지은 신청사 건물 지붕에서 눈 녹은 얼음 덩어리가 거리로 낙하하여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을 위협 했다. 서울시 신청사는 4년 5개월의 공사 끝에 지난 10월 문을 열었고 지하 5층에 지상 13층의 규모로 외관은 전면 유리로 지붕은 둥근 곡면으로 설계되었으며, 기존 구 청사 건물과 조화보다는 극복과 차별 이라는 설계자의 독특한 설계개념으로 디자인 됐다. 서울시에는 이외에도 동대문에 디자인 플라자 역시 둥근 지붕모양을 하고 있어 한 겨울 동일한 낙빙의 위험을 안고 있다.

과연 금번과 같은 지붕 낙빙 사태는 설계 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외형적 디자인에 밀려 간과되어도 좋을 것인가, 과연 건강한 건축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건강한 건축이란 건축의 기본 3요소인 구조, 기능 그리고 미가 하나로 조화 있게 어우러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중 어느 한 가지 요소만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면 건강한 건축이라 할 수 없다. 건축에 입문하는 신입생들에게 종종 건축의 본질을 종이컵에 비유하여 설명 하곤 한다. 종이컵이 담고 있는 자판기 커피 맛이란 쓴맛과 단맛이 적절히 어울려 졌을 때 제일인 것처럼 우리 인생도 쓴맛과 단맛이 어울려져 인생의 경륜이 녹아날 때 인생의 참 의미를 느낄 수 있다고 볼 때 인생을 담고 있는 건축을 커피를 담고 있는 종이컵에 비유 할만도 하다. 먼저 빈 종이컵을 학생들에게 보여 주고서 아무것이나 생각나는 대로 한 가지씩 이야기하도록 하면 대략 2가지 정도로 분류된다. 먼저 하얗다, 둥글다, 재활용이 가능하다 등 물질적 존재로써의 종이컵을 인지하고 다른 대답들은 커피가 생각난다, 따듯하다, 쉬는 시간의 한잔 등 종이컵의 기능에 의한 무형적 가치를 인지한다. 하나의 종이컵을 보고 각자 느끼는 바가 물질적 존재로서의 종이컵과 무형적 가치로서의 종이컵을 인지하는 것은 종이컵의 본질이 바로 두 가지 요소가 하나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대로 건축에 적용된다. 인간 삶을 담고 있는 건축은 물질로 구축되지만 궁극적인 기능은 물질이 자리를 비워둔 공간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훌륭한 건축이란 이 두 가지 요소가 잘 조화 있게 어우러진 것이다.
최근 건물의 외관을 세련되게 하려고 유리를 외장재로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부분 유리로 외관을 덮어서 세련되게 디자인된 건물은 단열효과가 매우 낮아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서 에너지 소비량이 많이 증가한다. 또한 시공 상의 부주의로 인하여 누수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건축의 외형적인 아름다움만 관심을 갖고 기능과 구조에 소홀히 하여서는 건강한 건축이 될 수 없다. 알프스 산맥의 멋진 초원위에 지어진 집의 경사지붕이 그 지방의 눈 때문이라는 소박한 지식도 고려되지 못한 화려한 건축은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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