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확신의 무지
칼럼-확신의 무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7.05 16:5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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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확신의 무지

시간은 잠시도 멈추어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흘러간다. 우리는 항상 현재에 살고 있으며, 현재를 경험하고 있지만, 모든 것은 순간이어서 곧 과거로 흘러가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주인공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나’라는 아상(我相)이 곧 모든 고통의 근원이다. 세상일은 내가 생각하고 원한대로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벗어났을 때 모든 일들은 아무저항 없이 비켜간다.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것이 ‘옳다’생각하고, 남들의 경험과 지식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확신의 무지’라 한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한 것은 무지에 대한 자각을 강조한 것이다. 모든 일의 기본지식은 은사나 선배에게 배워서, 처음에는 그런 것을 모방하게 되지만, 천하 없는 일에도 완벽은 없다. 그러므로 모방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 나가자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문제의 연속이다. 어려운 문제 하나를 해결하고 나면 더 어려운 문제가 생기는 것이어서 인간은 항상 문제해결 속에 살아간다.

문제라는 것은 생의 진로를 가로막는 장애물이자, 풀어야할 숙제이다. 오늘도 내일도 우리 앞에는 수많은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다. 산다는 것은 매일 장애물을 재거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일 앞에서, 깊이 생각한 것은 닥친 문제들의 해결과 장애물을 재거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날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혀서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야 한다. 현대교육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교육이라기보다, 많은 걸 외우고, 잘 기억하도록 하는 암기 위주의 교육이기 때문에 문제가 많은 것이다. 늘 좋은 것을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보자.

그리하여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일을 시작했다하면 자신마저 잃어버릴 정도로 일속에 푹 빠져보자. 그런 무아의 황홀경속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일해 나간다면 가치 있는 사람이 된다. 살에서 기름을 짜내듯 영혼을 불사르며 노력한다면, 천금을 주고도 살수 없는 감격과 영광이 뒤따를 것이다. 이보다 더 보람 있고, 더 위대한 일이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피와 땀과 눈물, 이3대 액체를 쏟아 부었을 때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가짐과, 정신자세다. 모든 일은 마음과 정신에 의해 지배 받고 좌우된다. 비상한 각오와 비상한 정신으로, 자신의 일에 몰두하면 놀라운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 정신과 육신은 쓰면 쓸수록 발달하고 강해진다. 심장도 뛰어야 견고하고, 두뇌도 쓸수록 강해진다. 천재와 달인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훈련에서 나온다.

머리가 녹슬지 않도록,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놀라운 잠재력을 발휘해나가 보자.

지금까지 배우고 경험한 모든 것들이 나의 뇌 속의 신경회로에 쌓인 것이 기억이다.

그 쌓였던 신경회로가 허물어지는 것이 망각이며, 그동안 쌓인 많은 기억들이 희미해져 가면서 무의식으로 자리 잡아서, 나의 ‘마음성향’을 결정하게 된다. 우리는 공동운명체이므로 서로가 날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발전 속에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위해 서로 상대의 말을 귀담아듣고, 경청하여, 내가 알지 못한 것을 배워나가자.

경청은 상대방의 입장과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다. 상대에 대한 충고나 조언보다는 듣기를 잘하자. 불가에“바보 셋이 문수지혜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즉, 뛰어난 한 사람의 지혜보다 여러 사람의 중지(衆智)가 더 소중하다는 말이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것,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 아는 것이다. 사람의 평가는 그가 얼마나 값진 것을 남겼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위대한 창조를 위해서는 묵은 것들을 깨트리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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