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찰, 마약과의 전쟁 선포
기고-경찰, 마약과의 전쟁 선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9.19 16:4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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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래/경남경찰청 홍보팀장 경감
조형래/경남경찰청 홍보팀장 경감-경찰, 마약과의 전쟁 선포

윤희근 경찰청장은 취임 직후 국민체감 전략과제 제1호로 ‘마약류 집중단속’을 내세웠다.

신임 경찰청장의 국민체감 전략과제 제1호를 왜 ‘마약류 집중단속’으로 했을까?

마약은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물질로서 개인의 건강 피해는 물론이고, 폭력이나 성범죄, 심지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중대한 범죄이고, 국민들의 건강이 마약으로 무너지면 국가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마약이 든 술을 마신 손님과 종업원이 마약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고, 경남의 베트남인 전용 노래방에서 베트남인 33명이 마약 파티를 벌이다가 체포되는가 하면, 유명 래퍼와 배우, 50대의 야구동호인에서부터 회사원, 가정주부뿐만 아니라, 대학생 등 10대 청소년, 심지어 평온한 농·어촌지역에까지 마약의 ‘악의 그림자’가 퍼지고 있다.

국가수사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전국적으로 검거한 마약류 사범은 총 74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501명 보다 14.6% 증가하였으며,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에 보면 2017년도 국내 마약 압수량은 155kg인 반면 2021년은 1296kg(1조8401억원 상당)으로 무려 8.3배로 폭증했다. 5년 만에 이렇게 폭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마약류 원료가 되는 식물을 재배하는 환경이 부적합하고, 마약의 원재료를 구해서 마약을 제조하기도 불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마약은 외국에서 밀수되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 7월 발표한 ‘올해 상반기 마약류 밀수단속’ 동향에 따르면 국경단계에서 세관에 적발된 마약류는 지난해 역대 최다인 1272kg을 기록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214kg으로 지난해 동기간 대비 11.2% 증가했다고 발표 했다.

이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마약 거래 가격대가 높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에 의한 마약류 밀수와 밀매의 영향도 폭증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대표적인 마약류인 필로폰(메스암페타민) 1kg은 통상 3만명 이상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므로 올 상반기 경찰, 검찰, 관세청에서 적발한 양은 엄청난 양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관한특례법’이 제정된 이후 마약조직들의 마약거래 동기를 차단하여 ‘마약 청정국’이라는 지위를 유지 해왔으나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마약사범이 늘어나 이미 ‘마약 청정국’의 기준을 넘어섰다. UN마약범죄사무소는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인 국가를 ‘마약 청정국’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마약류 사범 수는 인구 10만 명당 25.2명으로 이미 5.2명을 초과했다. 더 이상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예전에는 조직폭력배와 같은 범죄 집단에서 유통하던 방식에서 요즈음은 10대 등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SNS를 활용한 다크웹이 성행하면서 유통 방식도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마약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외에도 다이어트를 위해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식욕억제제를 구매해 투약하는 사례도 있는 등 마약 범죄자들도 점점 저연령화와 사회 각 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찰청은 각 시도경찰청과 경찰서의 수사부서와 생활질서계, 사이버수사팀 등 범수사부서 등 관련 기능의 역량을 총 집중해 올 8월부터 10월까지 ‘마약류 사범 집중단속’ 해 오던 것을 연말까지 연장해서 고강도 단속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집중단속만으로 잃어버린 ‘마약 청정국’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까!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경찰·검찰의 대대적인 단속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은 탐지기 등 최첨단장비를 확충해서 마약 밀수 적발과 반입 차단을 위해 역량을 강화하고, 교육부는 10대, 20대 학생들의 마약 투약 금지를 위한 적극적인 교육과 법무부의 마약 범죄자들에 대한 철저한 교화와 보건복지부의 마약 중독자들에 대한 치료가 병행되어야만 잃었던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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