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
아침을 열며-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0.20 17:0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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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자동화시스템과 교수
김정헌/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자동화시스템과 교수-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

필자는 연식이 10년이 훌쩍은 넘은 오래된 차를 타고 있다. 아무래도 오래된 친구이다 보니 큰 고장부터 자잘한 고장까지 여러 가지 문제가 심심찮게 생겨 크고 작은 수리비가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공임비라도 아껴보자는 심산에 온라인 쇼핑몰에 부품을 직접 주문하여 자가 수리를 하기도 한다.

이번에도 역시나 오른쪽 조수석 문짝에서 소리가 심하게 나 온라인에서 관련 부품을 주문하고 직접 수리에 도전하였다. 하지만 수리하는 도중에 크기가 다른 공구를 사용하는 바람에 나사 마모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인터넷에 마모된 나사 푸는 법을 검색하여 별의별 방법을 동원하여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하였지만 점점 더 망가져만 모습만 보였다. 이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란 걸 직감하였다. 며칠 동안 망가진 차를 볼 때마다 자책과 돈 몇 푼 아끼려다 뭐 하는 짓인가부터 시작해 온갖 후회를 하다가 지인 찬스를 이용하자!라는 마음을 먹고 소개받은 카센터부터 차례대로 방문하였다. 현재 자동차 상태를 보여주자 수리 기사님은 잠시 고민한 뒤 저쪽 한 귀퉁이에 차 두고 가라고 하신다. 지금은 바빠서 안되니 나중에 시간 나면 한번 봐준다고 한다. 나는 기사님께 내일 차를 사용해야 하니 언제쯤 되냐고 물어보니 기약이 없다. 하는 수없이 그냥 차를 몰고 나왔다. 내가 사장이라도 저렇게밖에 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든다. 일은 어렵고 돈은 안되는 작업이었다. 마모된 나사 하나 풀어주는데 수리비를 얼마나 받겠나. 이번엔 다른 분께 소개받아 카센터를 방문하였다. 역시 마찬가지 반응이다. 이번에도 그냥 돌아섰고 한 번만 더 부탁해 보자는 심산으로 마모된 나사 위에 다른 나사를 용접하여 돌리면 된다는 소릴 듣고 지인에게 부탁하여 용접 전문가에게 갔다. 역시나 그분은 지금은 바빠서 안된다는 예상했던 답변이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 이제 차가 오래돼서 바꿀 때도 됐지. 이렇게 스스로에게 포기와 위로를 동시에 하고 집으로 돌아서 답답한 마음에 요즘 차들의 시세와 사양을 검색하며 시간을 보냈다.

며칠이 지난 뒤 자동차 정기 검사 시점이 돌아왔다.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니 2주가 넘어서야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냥 가까운 오프라인 검사소에 빨리 받자는 마음으로 가까운 검사소를 향했다. 나이가 지긋하게 보이는 한 분이 나오셔서 내 자동차 문짝을 보시더니 망치와 정같은 것을 가져오셔서 말없이 마모된 나사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나이를 물어보니 올해 72살이라고 하셨다. 나는 아무런 기대 없이 그냥 옆에서 지켜만 보았다. 역시나 돌아가지 않는다. 나는 기사님께 “아이고 기사님!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해도 안됩니다” 이렇게 말했지만 그 기사님은 내 말은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몇 번 더 치시더만 이제는 산소절단기 들고 오셔서 마모된 나사를 가열하기 시작하셨다. 나사가 벌겋게 가열되니 주변에 물을 뿌려서 다른 부위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더욱 힘차게 망치질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곤 약 10분 만에 망가진 나사를 풀어 주셨다.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옆에서 “와! 기사님 대단하십니다!”라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러곤 이젠 분해하려다 남은 부품 어디에 있냐며 물어보시며 마무리 조립까지 완벽하게 해 주셨다. 정말로 오랜만에 느끼는 감동의 서비스였다. 나는 옆에서 기사님과 커피 한잔하면서 자동차 관련 일을 몇 년이나 하셨냐고? 물어보니 거의 50년 가까이 자동차 관련 일을 하셨다고 하셨다. 나는 너무 감사한 마음에 수리비 외 기사님께 따로 사례하고 기쁜 맘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에 잠자리 눕기 전 참 생각이 많아졌다. 속된 말로 “돈 안되고 귀찮은 일” 젊고 유능한 카센터 기사님과 용접 전문가는 다 외면하였는데. 나이가 70이 넘은 기사님은 왜 부탁도 하지 않은 일을 스스로 해 주신 것일까? 그것도 모자라 마무리 조립까지 완벽히 해 주신 것일까?

이 시대 우리 모두는 생계를 위해 직업을 가지고 있고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하지만 각자의 맡은 자리에서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는 것일까? 나 역시 많은 학생들과 함께 하는 교육의 자리에서 똑똑하고 말 잘 듣는 애들만 편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프로의식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자기의 직업과 그 기능, 전문 지식에 강한 자부심과 탐구심을 가지며,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는 일. 전문적인 직업의식을 이른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나는 내가 가진 직업에 정말로 프로의식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과 자부심 탐구심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아마추어같이 쉽고 편하고 돈 되는 일만 하고 있지는 않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반문해 본다. 우리 모두 맡은바 각자의 자리에서 전자와 같이 아마추어 같은 자세로 임하고 있는지? 아니면 후자처럼 프로의식을 가지고 임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마지막으로 2023년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AI소프트웨어과에도 많은 지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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