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가 남기고 간 것들
집중호우가 남기고 간 것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7.1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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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갑/진주소방서

 예방안전과장

장마가 끝나고 곧이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기다. 휴가 준비에 들뜬 사람들도 많지만 지난 집중호우에 입은 피해로 복구에 여념이 없는 이들도 있다. 지난 집중호우 시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무섭게 퍼부은 비는 우리지역에도 많은 피해를 주고 지나갔다. 경남재난안전대책본부에 의하면 경남에 내린 폭우로 인해 66동의 주택이 무너지거나 침수되어서 64가구 16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특히, 진주시는 진주기상대 설립 이후 일일 최대 강우량을 넘는 334.2mm의 기록적인 강우량으로 피해가 더욱 컸다.
장마와 집중호우는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지만 그 피해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의 피해를 단순히 천재지변으로 치부해 버리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도 위대한 선조들의 업적을 계승·발전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교훈을 얻는데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 미리 주택과 농지 주변의 배수로를 정비하고 위험시설을 점검해 보았다면 피해를 좀 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큰 재난은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항상 작은 피해를 앞세우며 몇 백 가지 징후를 신호로 보내온다. 천재지변이라고 하는 것 중에 알고 보면 인재가 아닌 게 많지 않다. 위험성을 알면서도 ‘설마’하는 생각에 무시하고 안일하게 있다가 큰 피해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미리 대책을 세우고 준비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지만 그냥 방치해 사고를 키운 경우다. 이러한 내용을 보다 이론적으로 증명한 법칙으로 하인리히 법칙을 들 수 있다. 1 : 29 : 300 법칙으로 널리 알려진 이 법칙은, 1930년대 초 미국 한 보험회사의 관리자였던 H.W.하인리히가 사고를 분석하던 중, 1번의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미 그 전에 유사한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고 그 주변에서는 300번의 이상 징후가 감지됐었다는 것을 발견한 데서 비롯된다. 어떤 일이든 큰 사고에는 반드시 전조가 있다. 전조를 알아내 적절하게 대응하면 큰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경험법칙인 셈이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역시 이 법칙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1천400여명의 사상자를 냈던 이 사고는 건물붕괴(1)전에 옥상에 76톤가량 되는 장치를 설치해 설계하중의 4배를 초과하여 천정에 금이 가는 등 붕괴 조짐에 대해 수십 차례 경고(29)가 있었으며, 구조적인 건축하도급 비리사슬로 들어가야 할 철근과 콘크리트가 무더기로 빠져 벽에 금이 가고 미세한 균열 또한 수십 차례 목격되었다.(300) 큰 재난은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밝혀졌고,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일정 기간 동안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있다는 사실은 여러 대형사고를 통해 입증되었다. 다시 말하면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번 집중호우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경고성 징후나 경미한 사고를 남겼고, 또 어떤 이에게는 대형사고 일 수 있을 것이다. 경미한 사고나 이상 징후를 느꼈다면, 철저한 대비를 통해 재난을 비켜 갈 수 있다. 개인의 경우 비만 오면 집에 누전이 되고, 집 또는 농경지 주변 배수구가 자주 막히는걸 알았다면 이미 이상 징후를 포착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게 되면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 또한 “예전에도 그렇게 해왔는데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나겠느냐”는 안일한 태도는 항상 사고를 부른다.
하나의 치명적 사고나 재난을 겪기 전에는 수많은 징후와 크고 작은 사고가 나타난다. 이처럼 많은 징후를 간과하지 않고 적절히 대비한다면 큰 재난을 막을 수 있다. 이번 집중호우를 통해 얻은 작은 위험의 전조도 무시하지 않고 철저한 예방과 대응을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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