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당선자 인터뷰
2023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당선자 인터뷰
  • 형하선기자·사진/이용규기자
  • 승인 2023.01.02 16:39
  • 16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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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당선작 ‘산책’의 차수현씨·디카시 부문 당선작 ‘뜸’의 정병윤씨

경남도민신문과 시와편견, 한국디카시학이 공동으로 개최한 ‘2023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공모에서 시 부문 차수현씨의 ‘산책’과 일간지 최초 디카시 부문 정병윤씨의 ‘뜸’이 선정됐다.


각 부문 당선자에게는 상금 300만원과 상패가 주어지며 당선자는 기성 시인으로 대우하며 앞으로 작품 활동을 적극 지원받게 된다.

시상식은 1월 13일 오후 2시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사무국(시와편견문화공간)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2023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는 시와 디카시 두 부문으로 지난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작품 접수를 진행했으며 독일과 미국,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응모를 하는 등 시부문과 디카시 부문 합쳐 모두 3500여편이 넘는 작품이 접수되어 뜨거운 열기를 보였으며, 공정한 심사를 거쳐 당선작을 선정했다. 다음은 당선자들과의 인터뷰이다. /편집자주


■시 부문 당선작 ‘산책’의 차수현씨 (대전시 거주·한남대 사회문화복지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시는 쓰면 쓸수록 삶 속에 빠져드는 것…나만의 시 쓰고파

스승인 이돈형 시인 영향 2년 전부터 시를 쓰기 시작
좋은 시는 진정성 ‘가슴’으로 건너가 두드려지는 시
이제 시인으로 첫발…글은 꾸준히 써야 된다고 생각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전에 사는 차수현입니다. 이란 소개 밖에는... 자신을 그 어떤 글이나 말로 표현하여 소개한다는 건 여전히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 같아요. 제겐 그렇습니다^^;; 앞으로 천천히 뵙겠습니다.

-신춘문예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신지.
▲사실 ‘머릿속이 하얘졌다’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어제 운전면허증을 따고 오늘 막 운전대를 잡은 기분이랄까요. 얼떨떨하기만 합니다.

-당선작인 본인의 시에 대해 간단히 소개 바랍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매일 산책을 갑니다. 그 산책이 제 의지가 아닌 날들이 더 많아질 때쯤 썼던 시입니다. 힘겨운 날들이 계속 되었던...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요.
▲그녀의 힘겨움을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좋은 날 살아있음으로 끌어 당기고 싶었습니다. 매일 매일 저를 끌어당겨 산책시켜 주는 제 강아지처럼요.

-시를 처음 쓴 게 언제였나요? 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2년 전입니다. ‘시’가 아닌 다른 글을 쓰려 두드린 문이 ‘시’로 빼꼼히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 문의 손잡이를 잡고 열어주신 분이 스승님이었구요.

-대략 발표하거나 보관하고 있는 시가 몇 편 정도나 되나요? 그중 대표적인 시나 특별히 아끼는 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 시를 발표해 본 적은 없습니다. 2년 남짓 성실히는 써왔으니 꽤 쌓였겠지요. 그저 써 놓았던 시 중에 ‘에밀리 디킨슨’의 삶의 일부와 제 고백을 모티브로 써 놓은 시가 있습니다. “지상에서 천국을 찾지 못한 사람은 하늘에서도 천국을 찾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어디로 이사 가든 천사들이 우리 옆집을 빌릴 테니까” 제목의 시가 떠오르는데요. 지금부턴 개인적으로 아끼는 시가 되겠네요.

-시를 쓸 때 주로 영감은 어디에서 찾고 시상(詩想)은 어디서 얻는 편인가요
▲‘주로’라는 게 없는 거 같아요. 운전 중에 갑자기 스치는 장면이나 사물 속에서도 떠오르고요.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글귀를 발견하거나 그 책 내용에서 그려지는 단상 속에서도 잡아내고요. 혼자 중얼거리다가도 튀어나오곤 한답니다.

-시를 쓰는 데 있어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그리고 기억에 남는 분의 시가 있다면 누구였을까요?
▲이 질문엔 당연히 ‘시’를 품게 해주신 스승님이십니다. 겨울 첫눈을 기다리며 내내 하늘만 올려다보던, 철모르는 아이 같은 제게 ‘시’의 첫 눈송이를 날리게 해주셨거든요. 시를 알게 될 줄 쓰게 될 줄 모르던 제게 말입니다. 그런 스승님이 정말 좋은 시, 좋아하는 시를 쓰시는 이돈형 시인이십니다. ‘경청, 기일, 죽을 만큼, 눈, 잘디잘아서....’ 시를 아시는 분 누구나 스승님의 시들을 읽어보셨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시를 쓰는 일이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이 된 순간은 언제인가요.
▲외롭고 고단할 때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산 하루라도 그 끝 바람곁에 저 홀로 앉아 그저 적막하기만 할 때 그때 시를 읽고 시를 씁니다. 이제는 그래서 조금 힘을 얻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시란 어떤 것일까요.
▲진정성이라 할까요. 시를 쓸 때도 읽을 때도 늘 맘에 먼저 와 닿는 건 진심이더라구요. 눈으로 머리로 따라가야 하는 시가 아니라 ‘가슴’으로 건너가 두드려지는 시, 제가 느끼는 좋은 시입니다.

-시인 등단을 꿈꾸는 많은 예비 시인들이 있습니다. 그분들께 선배로서 조언해주고 싶은 점이 있다면?
▲감히 선배라 말하지 못합니다. 저도 이제 막 발을 떼려 한 것뿐이니까요. 함께 써가고 있으니까요. 조언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이렇게만요. 쓰세요 계속 쓰세요 그게 맞습니다.

-시인에게 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스승님은 ‘목숨’이라 하셨습니다. 처음엔 그 말에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어요. 뭐가 그리 거창하지? 하고요. 하지만 목숨이 맞았습니다. 살아 있어 그저 숨이 쉬어지듯 살아 있어 그냥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쓰면 쓸수록 제 삶 속에 빠져들고야 마는 것 그게 ‘시’였습니다.

-앞으로 어떤 시를 쓰고 싶나요.
▲ ‘차수현’ 시를 쓰고 싶습니다. 이상이 ‘이상’의 시를 썼듯 스승님이신 이돈형 시인께서 ‘이돈형’ 시를 쓰시듯 에밀리 디킨슨이 ‘에밀리 디킨슨’만의 시를 썼듯 저도 차수현이 ‘차수현’의 시를 쓰고 싶습니다. 그저, 그냥요 그리고 그 시가 읽혀지면 좋겠습니다. 그냥 그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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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부문 당선작 ‘뜸’의 정병윤씨 (서울시 거주·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원 졸업·프랑스어 번역가)

시는 내 영혼을 비추는 거울…감춤과 들킴의 미학이 필요

글을 읽으며 마음의 위안…창간호 한국디카시학 등단
시가 힘이 되는 순간은 고단한 삶에 지칠 때 오는 울림
독자에 공감 얻고 시인의 질서 잘 지키는 사람 되고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으며 파리 소르본느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어 번역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작(詩作) 활동에 관심이 많아 틈나는대로 시를 짓고 있습니다.

-수상 소감은
▲나는 추운 겨울을 지나고 있었고 그럴 때마다 디카시는 나의 의식 속을 넘나들었으며, 나의 지나간 시간과 울음 그리고 작금을 내려놓았습니다.
없는 시간 속에 틈틈이 나와 함께 했던 사진과 시인지라 작품을 놓고 살짝 기대는 했으나, 이렇게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는 영광을 얻을 줄은 몰랐습니다. 늘 춥고 어두운 길에서 창공을 날던 새가 보지 않은 땅을 보러 왔다는 조용한 폭발을 보았습니다. 내 인생은 늘 낯선 여행입니다. 그 가운데 여전히 우주 한 모서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찰나를 포착하고 무언의 깊이로 들어가는 기쁨이 있어 마르지 않은 눅눅함입니다.

-당선작인 본인의 시에 대해 소개한다면
▲나의 의식을 짚어줄 때 행간에 스며드는 저의 철학을 어렴풋이 담았습니다. 그리고 뜸을 통해 선의 흐름에서 울혈이나 장애물들이 자유로이 허공을 흐르는 거룩함을 보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흐름만을 본 것이 아니라 진술임을 이내 알았습니다. 이러한 영적 교감으로 찰나의 생각은 천심을 짓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사물의 대상인 뜸을 통해 강력한 존엄이 최선으로 이어지는 경전이었다는 것을 길어 올리고자 했습니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표현력에 따라 관점이 다른 것이 디카시의 매력이라는 차원에서 뜸이 뜸을 낳고 뜸의 상상력은 나와 동일시를 가져옵니다. 밥의 뜸이든, 한의학에서 사용되는 의료행위로서의 뜸이든 균형 잡힌 구조로 연기로 들어가 영혼에 나의 마음을 녹였습니다.

-언제부터 시를 썼으며 특별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내 나이 13살 “소설책은 국어책이 아니며 화붓은 모나미 연필이 아니다”라고 하시던 아버지가 마당 장작더미 위에 소설책과 화붓을 쌓아놓고 다비(茶毘)하는 생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어 기절했습니다.

땀과 하늘의 공기 속에 혼자가 된 나는 학교 공부가 끝나면 알전구(電球)가 까먹는 보리쌀값이 무서워 대문 밖 골목 입구 전봇대에 더부살이하고 있는 가로등 밑에서 새벽이슬을 뒤집어쓰고 책을 읽었습니다.

고단한 삶 속에서 내 존재가 슬퍼서 울고 싶을 땐 고통받는 토머스 하디의 ‘테스’였으며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이 내게로 와서 울어주었습니다. 어디 이뿐이랴 너새니얼 호손의 ‘큰바위 얼굴’에 파묻혀 몸통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습니다. 이러한 내 사춘기 인생은 어니스트가 읽고 있던 그 시집, 그 시인이 되고 싶어 주먹을 쥐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가정이 제 안에서는 씨앗이 되어서 시를 쓰기 시작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발표하거나 보관하고 있는 시 편수, 특별한 시나 아끼는 시가 있는지
▲시 약 60편과 디카시 약 90편 정도입니다. 저의 애장시는 작품성은 차지하고 사랑하는 어머니에 대한 디카시 <어머니>와 시 <나의 알몸을 기억하는 그녀>입니다.

-시를 쓸 때 영감은 어디에서 찾고 시상은 어디에서 얻는 편인가요?
▲사물에서 나를 투영해 보는 데서 주로 찾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상은 문득 스쳐 가는 철학에서 얻습니다.

-시를 쓸 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면 누구신가요?
▲기억에 남는 분의 시가 있다면 누구일까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안병욱 교수님입니다. 김남조 시인의 <서시>입니다.

-시를 쓰는 일이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이 된 순간은 언제인가요?
▲일상의 고단한 삶에 지칠 때 가슴에 들어오는 울림이 나와 함께 살겠노라고 다짐하는 시에서 그냥 시간에 젖는 순간입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시란 어떤 것일까요?
▲감춤과 들킴의 미덕으로 고픔과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시이면서 나의 의식을 짚어주는 시입니다.

-시인 등단을 꿈꾸는 많은 예비 시인들이 있습니다. 그분들께 선배로서 조언해주고 싶은 점이 있다면?
▲활시위 같은 찰나의 시간이 가슴을 찌릅니다. 시를 잘 알지도 못하는 저이지만, 굳이 한 말씀 드린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순간 한 장면의 시간을 길어 올리고 작금의 감정을 내려놓고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을 것을 파생된 은유를 통해 무언의 기록으로 남기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시인에게 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가까이 나에게 들어와 내 영혼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그러면서도 조용한 내면의 폭발이자 미세한 떨림입니다.

-앞으로 어떤 시를 쓰고 싶나요?
▲시인의 질서를 잘 지키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과학적 사실에 입각한 나만의 시적 사상과 더불어 존재하지 않은 찰나의 그 무엇이 독창적으로 흘러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진정성으로 개성을 살리고 감춤과 들킴의 미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독자의 보물찾기에 공감을 얻는 시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단지 그 길에 사고를 더하고 겸손을 곱해 문학의 질서를 파괴하지 않는 시인이 되겠습니다. 형하선기자·사진/이용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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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강 2023-01-06 14:06:44
축하드립니다~~경남도민신문에 첫 신춘문예 등단입니다 !! 특별함과 뛰어난 문장에 감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