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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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2.2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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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시인

우리나라, 우리동네, 우리집, 우리가족…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말, 듣기만 해도 따스하고 생각만 해도 기분 좋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우리는, 서로에게 사랑이며 믿음이며 기쁨이며 행복이다.

알록달록 꽃들이 피어 우리가 될 때 비로소 아름다운 꽃밭을 이룰 수 있고 크고 작은 나무가 모여 우리가 될 때 비로소 푸른 숲을 이룰 수 있고 시냇물과 시냇물이 만나 우리가 될 때 비로소 깊은 강물을 이룰 수 있다. 꽃이 제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꽃 한 송이로는 정원의 풍경을 만들 수 없고 별이 제 아무리 찬란하다 한들 별 하나로는 은하수의 신비를 만들 수 없다.

나무가 제 아무리 크다 한들 나무 한 그루로 어떻게 녹색의 장원을 만들 수 있을까. 사람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제 아무리 잘났다 한들 당신 홀로는 세상을 살 수 없다. 그러기에 우리라는 말은 함께라는 의미이다. 어울려 피는 꽃처럼, 함께 흐르는 물처럼, 신록의 푸른 빛 사이로 새들이 노래하고 바람이 춤을 추듯, 사람과 사람도 우리라는 이름으로 더불어 살아갈 때, 그것이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 사귀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사람을 사귀고 알아간다는 것이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한 일임에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만큼 복잡한 것도 없기에/ 서로에게 다가가기가 무엇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도 당신과 내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푸근한 위안이며 기쁨이며 큰 행복인지 모릅니다/ 우리라는 이름만큼 넉넉하고 편안한 불리움이 또 있을까요/ 당신과 내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때 더러 고달픈 삶이라 할지라도/ 푸르름이 가득한 삶의 정원을 가꿀 수 있을 겁니다/ 사랑과 믿음이 꽃피는 하루하루의 꽃밭에/ 그 어떤 꽃보다 향긋한 사람의 향기가 머무를 것입니다/ 물소리가 정겨운 개여울로 일상의 작고 소박한 이야기가 잔잔히 흐를 때/ 손에 손을 잡고 사랑의 징검다리를 건너갑시다/ 꽃잎으로 수놓은 예쁜 손수건처럼 송알송알 땀방울이 맺힌 서로의 이마를 닦아줍시다/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세상/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세상, 분명 꿈은 아닐테지요/ 얼굴은 달라도 서로의 꽃이 될 수 있고/ 생각은 달라도 서로의 나무가 될 수 있고/ 삶은 달라도 서로의 숲이 될 수 있는 우리/ 모질지 않게 모나지 않게 섭섭지 않게/ 배려와 조화로 함께 어우러지는 삶/ 황무지 같고 모래알 같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우리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우리라는 이름의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채의 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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