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큰 아이의 입춘대길(立春大吉)
아침을 열며-큰 아이의 입춘대길(立春大吉)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06 16:0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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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스마트전기과 교수
김성삼/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스마트전기과 교수-큰 아이의 입춘대길(立春大吉)

지난 시간과 세월은 참 빠르게 느껴진다. 큰아이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입학하여 기숙사 생활한다며, 방학 전후 소지품과 함께 몇 차례 다녀오고 하였는데 1학년 마치고 1월 말에 해군으로 입대를 하였다. 입대 면접 일정이 기말고사 시험과 겹쳐 면접 시간 조정 등으로 마음 졸이더니 다행히 합격하여 지원 후 긴 터울 없이 빨리 입대하게 되었다. 신체검사에서는 예전 기준으로 공익 혹은 면제되어야 할 수준인 시력 외에는 건강하여 현역 판정을 받았다.

흔히 얘기하는 신의 아들(?)이 아니니 불평, 지체 없이 일찍 입대하는 것이 한편으로 대견하기도 하고 자랑스러웠다. 생각해보면 필자 입대 시점에서 약 31년 후에 아들이 입대한 것이다. 아들은 입대 전날 필자가 단골로 다니는 미용실에서 삭발을 하였는데, 아들 말에 의하면 손님 누군가가 입대 삭발 상황을 알고 이발비를 계산하였다고 얘기하였다. 얘기를 듣고 한편으로 아름다운 선행을 베푸신 분이 너무 고맙고 누구신지 궁금하였으며, 미용실 방문 때 사장님께 문의하여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선행과 봉사는 전염, 전파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입대를 앞둔 부모의 마음이 크고 작은 일에서 같으면서도 다른 듯 아이 엄마는 입대 당일 아침 식사도 아이가 먹고 싶은 음식으로 푸짐하게 준비하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입대 시간도 분산 편성되어 아들은 점심시간 경으로, 가까이 살며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외사촌, 외삼촌과 진해로 배웅하기로 하였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시대의 상황, 변화로 각종 단체, 협회, 대학 입시 등 대부분의 인원 모집에서 어려운 현실인 반면 국방의 의무라는 강제성 때문인지 해군교육사령부 인근에는 입대자와 가족 친지 배웅하는 분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진해루’ 인근 바닷가를 배경으로 가족 및 사촌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횡단보도를 기점으로 입영자만 건너오라는 빨간 모자 교관들의 안내에 따라 아들은 별도의 인사 없이 횡단보도를 건너 교육사령부 쪽으로 뒤도 안 돌아 보고 입소하였다. 아이 엄마가 눈물을 글썽이며 흐느끼자 필자도 분위기에 몰입되어 눈물이 맺히는 걸 손수건으로 훔치며 발길을 돌렸다. 문득 필자가 입대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늦둥이에 부모님께서 연로하셔서 필자는 고교 졸업하던 해에 당시 살고 있던 진주의 공군에 지원하였는데, 생계와 연세 등으로 입대하는 날 고교 친구가 오토바이로 공군교육사령부로 배웅 겸 태워 주었다. 물론 그 친구는 지금도 종종 만나는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내고 있다.

아들 입소 후 처남은 회사로 복귀하게 되어 작은아이와 조카들과 집으로 귀가하는 동안 차 안은 정적만이 흘렀고, 작은 아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침울하였다. 형과 세 살 터울이지만 장난치고 까불며 사이좋게 지낸 형제여서 그런지 실감이 안나고 많이 아쉬웠던 모양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작은아이와 조카들과 중화요리집에서 맛있게 점심 겸 기분 달래고 귀가하였다. 육/해/공군의 훈련소마다 일정의 차이는 있겠지만 입소 후 안정적인 정착 상황 및 안부 겸 훈련병 아들에게서 오는 전화를 속어로 ‘통신보약’이라고 한단다. 지인들에게 얘기를 듣고 아이 엄마는 입대 후 일주일째 연락이 없어 행여나 출근한 업무시간에 전화 연결 될까봐 조바심 내며 몹시 궁금해하며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2월 4일 토요일이 24절기 중 새해 첫째 절기인 입춘(立春)이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절기처럼, 어쩌면 큰아이는 대한민국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 사명을 다할 시점일 것이다. 학창 시절, 대학 생활에 이어 인생에서 또 하나의 전환점. 어쩌면 늦은 사춘기, 청소년 시기를 마치는 관문이지 않을까~!

‘봄을 맞이하여 크게 길하게 한다’는 뜻의 입춘대길(立春大吉)처럼 군 생활 기간 동안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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