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수리수리 마하수리
진주성-수리수리 마하수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7.09 15:4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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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 대종사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수리수리 마하수리

흔히 엉터리 마술사가 주문을 걸거나 장난칠 때 쓰는 말 중에 ‘수리수리 마수리’가 있다. 이 말은 본래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로 불교 경전인 <천수경>에 제일 먼저 나오는 진언이다. <천수경>은 우리나라에서 <반야심경>과 더불어 가장 많이 읽는 불경이다. 이 진언은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 입으로 지는 업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참된 말)으로 스님들이 경전을 독송하기 전 입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외우는 주문이다.

여기서 ‘수리’는 범어의 수디(sudhi)에서 비롯된 말로 ‘길상(吉祥)한 존자(尊者)’의 뜻이며, ‘마하’는 ‘크다’는 뜻이며, ‘수수리’는 ‘지극하다’는 뜻이며, ‘사바하’는 ‘원만한 성취’라는 뜻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 말은 “길상존이시여, 길상존이시여, 지극한 길상존이시여, 원만 성취하소서!”라는 뜻을 갖고 있다. 쉽게 풀이하면 ‘좋은 일이 있겠구나, 좋은 일이 있겠구나, 대단히 좋은 일이 있겠구나, 지극히 좋은 일이 있겠구나, 원만 성취하겠구나’가 된다.

사찰에서 독경을 하기 전 처음 시작하는 소리가 정구업진언이다. 절에서는 아침에 일어나면 입부터 씻으면서 “정구업진언 수리수리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라고 한다. 그리고 이는 경전을 읽든, 불공을 하든 간에 모든 의식의 시작이다. 즉, 입부터 깨끗이 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잘못된 말을 참회하고 난 후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음을 뜻한다.

불가에서는 사람이 살면서 짓는 삼업(三業)이 있다고 한다. 신업(身業·몸으로 짓는 업), 구업(口業·입으로 짓는 업), 의업(意業·마음으로 짓는 업) 등 세 가지이다. 그 중에서도 구업을 가장 큰 죄로 여긴다. 구업에는 망어(妄語), 양설(兩舌), 악구(惡口), 기어(綺語) 등 네 가지를 나쁜 말로 규정하고 있다. 양설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해 서로를 이간질시키는 말이며, 악구는 욕을 해 남을 성내게 하는 말이다. 망어는 남을 속이는 거짓말이며, 기어는 사기치는 말, 잡스럽고 거친 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쓸데없는 말이다.

그만큼 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로를 소통시키는 말은 잘 사용하면 행복한 것이지만 잘못하면 불행을 불러오게 된다. 세상이 갈수록 험악해져 가는 원인은 상대방을 힘들고 불편하게 하는 말이다. 우리 모두 말을 하기 전에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정구업진언을 한번 외고 나서 하고 싶은 말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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