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의회 폭력사태, 이대로 좋은가
경남도의회 폭력사태, 이대로 좋은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4.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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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창원총국 부국장

국회에서 사라진 ‘의회 폭력의 망령’이 지난 12일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에서 되살아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회 폭력사태는 저녁 뉴스의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터에, 묵언직시로 일관하던 도민들도 이골이 나있는 상태라 이번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개정안 관련 폭력 사태에 대해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폭력사태에 대한 도민들의 미온적 정서를 굳이 탓할 수만도 없지만,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정부와 청와대는 폐업추진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의료원 노사가 대화를 시작한 시점이다.
그러니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가 의료원 해산을 규정한 조례개정안을 통과시킨데 따른 후폭풍이 더욱 거세질 것은 불 보듯 뻔하고 지역정세의 시계는 제로 상태에 가깝다.

경남도의회 홈페이지에 명시된 의회의 역할을 반추해 보면 이렇다. 도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도민의 뜻과 의견을 수렴하여, 항상 도민의 입장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며, 주어진 권한과 의정활동을 통하여 도민과 함께 하는 자치행정을 구현한다고. 그러나 이번 도의회 폭력사태에서 보인 의원들의 행태는 의회 본연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단언컨대, 도의회 의원들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실이 두 가지가 있다. 340만 경남도민들이  ‘도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해 주길 원했다’는 것과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한을 폭력으로 행사하라’는 의미로 당선시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폭력은 반의회주의적 폭거에 해당한다. 따라서 비호해 줄 성역도 없다. 폭력은 법의 제재를 엄격하게 받아야할 대상일 뿐, 정치적 흥정이나 협상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의회정치의 출발선에서 표출되는 폭력사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는 국가는 지구상에 없다. 게다가 정치가 발전하면서 대부분의 선진 국가에서는 이미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 된지 오래다.

한 예로, 영국 의회에는 ‘스워드 라인(Sword line)’이라는 것이 있다. 영국인은 중세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전적 호전성을 깨닫고, 충돌을 피하고 협상과 타협을 이끌기 위해 그들 스스로가 그어 놓은 선이 바로 그것이다.
여·야의원 사이에  ‘칼도 넘을 수 없는 선’을 그어 놓고 어떠한 충돌이 일어나도 절대로 그 선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지금도 지켜 가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되 소수의 의견도 존중돼야 한다.

소수의 입장을 무시하고 다수결의 원칙만 앞세운다면, 야만적이고 후진적인 정치 틀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개정안이 가결돼 본회의로 넘겨짐에 따라 오는 18일 경남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진주의료원은 해산 절차를 밟게 된다. 만일 이어지는 과정에서 또다시 폭력사태가 발생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민주주의 제1의 원칙이 ‘대화와 타협’이라고 언급한 바 있듯이, 도의회 의원들은 더욱 진전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상생의 길을 기필코 찾아내야만 한다. 아울러, 본회의를 앞두고 있는 경남도의회 의원들은 스스로 품위와 권위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340만 경남 도민들이 ‘폭력은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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