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
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5.30 19:1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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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시인
물 없이 크는 나무가 어디 있으랴. 물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물 없이 지구가 존재할 수 있을까.
물은 곧 생명의 근원이다. 물은 살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한 응답이며, 살아야 한다는 소망에 대한 사랑이며, 살고있는 모든 생명에 있어서 축복인 것이다.

즉, 물은 부존재를 존재케하는 우주만물의 이유가 되니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있어서 신앙이다. 우리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살 수 있는 것도 물의 힘이다. 오늘날 인간의 두뇌로 핵을 만들고 최첨단 기술의 발달로 고도의 문명시대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물은 사람이 결코 만들 수는 없는 신의 영역인 것이다. 하늘이 비를 내리고 땅은 그 비를 받아서 지상의 모든 생명체를 키움으로써 우주만물의 유지가 가능하다. 이처럼 비가 주는 혜택은 우리 인간이 결코 해낼 수 없는 위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

우리의 삶은 물론 각양각색의 꽃, 산과 들의 무성한 풀과 나무들, 그리고 맛있는 과일과 야채, 무엇하나 물이 없이는 불가능한 존재들이다. 강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산을 오르면 울창한 숲 속의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자연과 함께 하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됨을 우리는 체험할 수 있다. 이렇듯 비가 이뤄낸 풍성한 자연 속에서 온갖 생명들과 함께 사는 우리, 얼마나 행복한가. 즐기며 공유하는 삶이 더욱 감사할 따름이다. 이 모두가 물 없이 가능할까. 높고 낮음에 대하여, 있고 없음에 대하여, 잘나고 못난 것에 대하여, 한평생 키재기에 분주한 사람들이여, 인간사 제 아무리 위대하여도 자연만 못함이더라.

비가 오는 날이면 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 비가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울 때 초록비나 꽃비가 되어, 나도 세상의 무엇 하나 반듯하게 키워내고 싶다. 생명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아버지의 탯줄 같고 어머니의 젖줄 같은 물, 땅 속에는 하늘의 물이 흐르고 당신과 나 사이에는 사랑의 물이 흐른다.
하늘비는 이 땅의 축복, 누구에게 축복의 이유가 되고 싶다./비가 비처럼 와서 나무가 젖고 숲이 젖고 산이 젖고, 그리고 강으로 흘러갈 때, 비를 닮은 여자, 빗물 같은 여자, 당신에게 강물처럼 젖어들고 싶다.
하늘처럼 젖어들고 싶다. 당신 품에서 가장 깊은 강물로 살다가 가장 오랜 강물로 늙어가고 싶다./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 비 없는데 무지개 뜰까. 꼭 무지개가 아니라도 좋다. 비 떠난 후, 세상은 또 얼마나 정갈한가.

-‘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이채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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