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높이자
소리를 높이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5.3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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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빈/시인
개구리를 한 마리당 80원 씩 2만 마리를 사다 집 앞 논에서 사육한다는 소설가가 있다. 영주의 한적한 농촌마을에서 생활하는 소설가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몹시도 좋아한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개구리울음소리 듣는 게 예전 같지 않아 급기야 2만 마리의 개구리를 구입해 집 앞 논에 풀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개구리울음소리에 취한 봄밤을 즐긴다는 낭만이 넘치는 이야기다.

소설가의 개구리 이야기는 픽션이다. 서울 사는 지인들이 그 소설가의 집을 방문해 개구리 소리에 감탄을 하자 재치 있는 유머로 ‘2만 마리 개구리’설을 날린 것인데 실제로 믿더라는 것이다. 서울 사는 이들의 순박함(?)을 탓할 이야기는 아니다. 그만큼 자연의 생물들이 사라져 가고 있어 사육이란 말이 자연스러운 현실에 슬퍼할 일이다.

개구리야말로 농촌의 대명사일 만큼 흔한 자연의 일부였다. 필자가 유년시절 자랐던 고향도 봄이면 온 동네가 개구리울음소리로 수다스럽던 시골 마을이었다. 밤길을 걷다보면 저마다의 울림통을 한껏 부풀려 합창하던 개구리들이 인기척에 뚝 그친다. 순간 적막과 고요가 덮쳐온다.

어둠 속의 짧은 고요는 두려우면서도 소리가 주는 안도와 평화를 느끼게도 했다. 이내 한 녀석이 조심스럽게 ‘개~굴’ 하면 여기저기서 합세를 해 밤은 개구리울음소리에 점령된다. 그런 유년의 추억 때문인지 필자도 개구리울음소리를 무척 좋아한다. 그렇지만 듣지 못한 게 몇 해인지 기억조차 사라져간다.

머잖아 CD로 개구리울음소리를 듣거나 동물원의 한구석에서나 개구리를 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는 개구리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버린 생물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참새가 그렇고 제비가 그렇다. 농촌에서도 보기 어렵게 된지 오래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생태파괴와 폐해는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위험한 것이다. 주한미군이 매립한 고엽제 문제가 터졌다. 드럼의 일부분에 오렌지색표시를 해두어서 이른바 ‘에이전트 오렌지’라고도 불리는 고엽제는 과거 베트남전쟁에 투입되었던 용사들이 심각한 후유증을 겪으면서 알려졌다.

실제 우리고장에도 고엽제로 인해 고통을 겪고 사는 파병군인이 많다. 고엽제 피해의 심각성을 알게 한 계기여서 이번 사건에 우리는 더욱 민감하다. 묻힌 드럼통들은 어느 곳에서 이 땅의 동식물을 그림 속 존재로 몰아넣고 있는지 두렵다.

내 나라의 모든 것은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 누군가 훼손을 한다면 함께 막아야 한다. 개구리든, 풀 한 포기든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은 우리의 것이다. 개구리울음소리 넘치는 봄밤을 즐길 권리를 오래도록 갖고 싶은 작지만 큰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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