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봉사와 희망의 전도사
119 봉사와 희망의 전도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5.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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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진주소방서 구조구급담당

얼마 전 직원들과 함께 봉사 활동을 다녀왔다. 20여명의 직원들이 뜻을 모아 진주시내 저소득층 가정을 찾아 연탄을 직접 배달해 주고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도 설치해 주었다. 연탄을 들고 비탈길은 따라 올라가면서 소방관도 이렇게 힘든데 여기서 사시는 분들은 매일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연탄을 때는 집이 있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많은 소외계층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3월 부산에서는 심혈관 질환을 앓던 60대 할아버지가 숨진 지 한 달 만에 발견되는가 하면 지난해 5월 청주에서는 병원 출입이 잦았던 80대 할머니가 사망 다섯 달 만에 미라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신문기사를 기억한다. 소방서 상황실에도 이런 신고가 간혹 들어온다. 타지에 사는 자식이 부모와 며칠째 연락이 안된다고 119에 신고해서 부모님이 잘 계시는지 확인해 달라는 경우가 있다.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가보면 안타깝게도 이미 돌아가신 경우가 있다. 주위의 무관심 속에 얼마나 외롭게 돌아가셨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 일을 가지고 있다. 그 일을 해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개인이 살아가고 또 한 가정을 이끌어 간다. 우리는 경제적인 이유로 또는 바쁘다는 핑계로 옆을 돌아보지 못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 가족뿐 아니라 이웃도 돌아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국가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지만 제도와 절차를 정비해서 그곳을 돌보기 위해서는 많은 시일이 걸린다. 우리가 봉사로 그곳을 찾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구급대원의 경우 혼자사시는 노인이 아프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우 병원에 실어다 드리고 나서도 잘 치료받고 돌아가셨는지 눈에 아른거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음날 전화를 해보거나 실제 찾아가 보는 경우도 있다. 소방공무원은 재난관리의 중추기관으로서 고유 업무가 있지만 업무특성상 이처럼 소외계층이나 어려움에 처한 분들과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소방공무원 중에는 유독 남모르게 이웃을 돌보거나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다. 구급 출동시 알게 된 독거노인에게 쌀과 라면을 보내주는 경우도 있고, 소년소녀 가장을 후원하는 이도 있다.

소방공무원들은 이전부터 독거노인이나 어려운 이웃에게 화재안심보험을 가입해 드리고, 무선페이징 전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달아 드리는 등 많은 봉사활동을 꾸준히 실행해 왔다. 이러한 활동을 보고 요즘은 로터리클럽, JC, 이·미용협회 등 많은 단체들이 봉사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우리의 봉사활동을 보고 다른 단체가 참여해 나눔과 봉사의 기쁨을 함께 맞보고 있는 것이다.

요즘 소방서에서는 소방서와 멀리 떨어져 있어 소방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시골이나 오지마을을 화재 없는 안심마을로 지정해 소화기와 감지기도 달아드리고 소방안전점검도 해 드리고 있다. 이 행사에 병원, 전기안전공사, 전자제품 서비스센터, 이·미용협회도 참여해 봉사의 손길을 나누고 있다. 가위로 정성껏 노인들의 머리를 손질해준 이·미용 봉사자들, 의술로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는 의사들, 고장난 전자제품을 고쳐주는 전자기술자들, 불이 나지 않도록 위험시설을 점검해주는 소방관과 전기안전공사 직원들... 모두가 자신이 갖고 있는 것으로 이웃을 돌보고 기쁨을 느낀다.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자신이 가진 능력을 베풀고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봉사고 행복이다.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나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사람에게 마음을 나눌 때 기쁨과 희망을 찾는다고 한다. 나눔과 봉사를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위안과 기쁨을 얻게 되며 아울러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은 소유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소외된 이웃을 위해 땀 흘려 봉사하고, 마음을 함께 나누면 봉사의 행복지수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봉사를 통한 기쁨의 행복바이러스를 더 많은 이에게 퍼져나가게 하는 행복 전도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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