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보내지 말자'는 거의 미친 제안
'대학 보내지 말자'는 거의 미친 제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5.3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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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민들레 공동체대표
한국 사회에서 교육만큼 난제가 있을까. 우리사회의 욕망과 경쟁 그리고 그로인한 비인간화의 절망이 도처에 발견되는 곳은 다름 아닌 학교이고 교육현장이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잊을만하면 ‘한국교육을 배우라’고 하지만 도대체 뭘 배우라는 말인가. 교육이 어찌 학습량과 그로인한 학습성취도로만 평가될 수 있는 것인가. 인간이 빠진 교육, 삶이 배제된 학습에서 뭘 건질건가. 오바마의 한국교육 지지는 미친 발언은 아니지만 어리석은 발언이다.
 
 인생에 대해 배운바가 없는 교육, 가까운 이웃 하나 사랑할 능력이 없는 교육, 돈과 가족 외에는 달리 삶의 목표가 없는 교육, 자신의 내면을 개선할 의지를 한 번도 배워보지 못한 교육, 제 스스로 농사 짓고 옷 짓고, 집 짓지 못하는 무능한 생활인을 양상하는 교육, 너 좋은 것 공부하라고 하지만 정작 대학 나오면 쪽박하고 절망해야 하는 교육... 이게 어찌 교육이랄 수 있는가. 지식과 정보는 빛의 속도로 늘지만 지혜는 석기시대로 퇴화하고 있지는 않는가. 전문가가 되기 위한 온갖 종류의 자격증이 양상되지만 정작 생활인이 되기 위한 기초적인 양식과 상식을 배우지 못하는 사회가 아닌가! 세계는 가까워지고 세계화는 된 것 같지만 정작 세상 문제 하나를 풀어나갈 상상력과 실천력을 배우지 못한 학교가 어찌 학교랄 수 있는가.

이런 교육, 이런 학교 같으면 일찌감치 탈학교하자고 부르짖는 교육사상가들이 끊이지 않고 출현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대안학교와 홈스쿨형태의 다양한 교육운동이 거세지만 돈과 세력을 선점해야만 한다고 가르치는 주류교육과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경쟁교육은 여전히 제도화되고 사회화되어 개선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그간 정부와 학교 현장, 사교육 시설들과 모든 관련 교육기관들의 노력의 결과가 오늘날 우리 교육 현실이라면 이것 밖에 결론이 날 수 없다면 필자는 교육에 관한 한 무모하고 정신 나간 상상력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교육원죄는 대학에 가야된다는 그것도 소위 명문대 가야한다는 암묵적 동의에 뿌리내리고 있다. 초중고 학생들의 인권과 행복권 그리고 모든 인간적 가치는 입시에 예속되어 있고 대학에 목을 매고 있다. 대학에만 가면 그 모든 것을 희생할 가치가 있다는 미친 사고방식을 전 국민이 공유하고 있다.

오늘날 대학은 중대한 세가지 고통을 사회에 안겨주고 있다.
첫째는 과도한 학자금으로 대학이 가난한 가정과 학생들의 고통을 가중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졸업해도 취업하기 어려운 답이 없는 과정이라는 것이며 셋째는 대학은 결코 학생들을 사람답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과격하게 말하면 사회에서 제일 장사 못하는 사람이 경영학과 출신이며, 농사 제일 못 짓는 사람이 농대 출신이며, 제일 교육 못하는 사람이 사대, 교대 출신이라면 오늘 우리 대학교육을 다시 생각해야 할 것 아닌가.
대학 보내봤자 빚지고 취직도 안 되고 사람 안 된다면 차라리 대학 보내지 말고 다른 방도를 찾아보자는 거의 미친 제안이 이제 나올 만도 하지 않는가.
대학은 말 그대로 大學(큰학문)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은 소인배들과 모리배 잡상인들을 키우는 곳이 되어버리지는 않는가.

자기 자식을 사람답게 키우려는 진실한 열망이 있는 부모라면 지금의 교육체제와 대학에 의문을 가져야한다. 이익과 욕망이 아니라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교육자라면 대학 보내지 말자고 제안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자식들과 사랑해야 할 후세대들을 기약 없는 희망과 헛된 욕망으로 길들이는 교육이 아니라 산과 들에서, 가난한 이웃들과의 살가운 삶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고 이웃을 찾는 공감의 현장에서, 진정한 의문과 선의(善意)가 샘물처럼 솟아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다시금 인간의 길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할 수 있으면 마을마다 대학을 창설하고 지역마다 돈 덜 들고 공동체 속에서 지식과 기술을 터득케 하고 사람다운 활동을 길러낼 수 있는 소규모의 시민운동이 골목마다 자라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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