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이었던가?
학교폭력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이었던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7.2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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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관봉초등학교장 김병철

 
아주 오래전에도 학교 폭력은 있었다. 왕따도 있었다. 나 또한 부모님의 사정으로 초등학교를 일곱 곳을 전전한 까닭에 변변한 친구 하나 만들지도 못하고 부평초처럼 떠돌다가 자주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또 힘센 놈(?)들의 부추김으로 맘에도 없는 쌈박질을 수도 없이 해냈다.

그런 사정을 아는 까닭에 요즘 아이들이 힘겹게 겪고 있는 학교 폭력 문제를 생각하면 내 어린 시절의 고초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집 전화가 아닌 개인용 전화기(스마트 폰)로 문자를 주고받는 상황이 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적어도 학교에서는 악동들에게 시달리다가도 집으로 돌아오면 부모님이나 형제끼리 울타리가 되고 또 피난처가 될 수도 있었으나 문자라는 게 생기면서 최소한의 안전 울타리마저 날아 가버린 셈이다. 아이는 집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협박성 문자에 전전긍긍 하게 되었다. 그러니 피난처 하나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자괴스럽고 애처로운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셈인가?


학교 폭력문제로 어른들이 이만큼 나서게 된 것도 근간이지만 그렇다고 달리 뾰족해 보이지도 않는다. 여전히 아이들은 고통 속에 시달리다가 백척간두 높은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심장을 부둥켜안고 부모님께 미안해하며 눈을 감고 뛰어내리고 있지 않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직접 폭력이나 왕따를 당해보기 전엔 모르는 법이다. 갑의 위치에 선 아이들에게는 수많은 ‘을’의 괴로움은 단순한 장난이다.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았던 학교에서도 또 전혀 아닐 것 같은 학생들 중에서도 뜻밖에 폭력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해 근무했던 학교에서였다.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에게 무지막한 말로 된 공포스러운 문자가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까닭에 집안이 난리가 났다. 더구나 누구에게서 오는지 알지 못하게 된 까닭에 아이는 불안하기 그지없다. 다행이 아이의 부모가 나서서 조사한 결과 발신자 추적을 하게 되었고 알고 보니 발신자는 아이와 평소 가깝게 지내던 친구였다.

늘 잘 지내던 아이가 자기 말고 다른 친구와 더 가깝게 지내는 걸 질투한 까닭이었다. 두 아이의 부모가 나서 서로 사과하고 화해를 시키고 또 재발 방지를 약속함으로서 해결은 되었지만 모두들 놀랐다. 평소 명랑하고 착해보였던 아이도 때로는 그렇게 변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요즘 스마트 폰이 없는 아이는 거의 없다. 아이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 폰이 문제라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일에도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 학생, 학부모 모두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우선 부모의 위치에서 내 자녀가 다른 아이들로부터 협박이나 괴로움에 시달리는 손쉽게 파악하는 방법으로 내 자녀의 스마트폰에 욕설의 문자나 메시지가 오는지 또는 그 상대가 누군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알려진 ‘학교폭력지킴이’ 앱을 활용하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어 소개드리고 싶다. 학교폭력지킴이에 가입하게 되면 자녀의 문자, 카카오톡 등 여러 모바일 메신저에서 주고받는 대화 중 욕설이나 폭언 등 "학교폭력 의심 용어"가 포함된 것이 있으면 색출하여 부모님 폰으로 알림 메시지를 보내는 까닭이다. 이 만큼이라도 미리 알게 된다면 내 아이에 대한 주변 상황파악이 나름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시나 모르는 부모님들을 위해 권유해 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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