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해결의 열쇠, 어디에 있나?
학교폭력 해결의 열쇠, 어디에 있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7.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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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봉원초등학교 교장 갈향숙

 
요즈음 학교에서는 공포의 중2라는 말이 있다. 그뿐 아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희망하는 교사가 없어 학기초가 되면 관리자는 담임 배정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문제 해결방안으로 6학년 담임에게 전보가산점이라는 혜택을 주고 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건 교사들만의 문제라 볼 수도 없는 실정이다. 고등학생들의 생활지도가 가장 어려움이 많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점점 그 대상 연령이 내려와 중2, 초등학생까지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고 있다. 학교는 지금 '학교폭력과의 전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우리 사회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문제가 드러나고 나서야 눈에 보이는 현상에 초점을 맞추어 해결하는 고질적인 병이 있다. 학교폭력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이다. 수 십년 전부터 경고음이 있었지만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동안 안타까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들은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고 다짐을 하고 그 뒷수습에 정신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피해학생들까지 문제 학생으로 내몰려 이중의 고통을 당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며칠 전 정규 수업이 끝난 오후, 복도를 순회하다 창가에 봉숭아꽃이 예쁘게 피어있는 교실에 들어가 보았다. 담임교사는 학급 아이들이 모둠을 나누어 씨를 뿌리고 정성껏 가꾸고 있다고 했다. 정서가 불안해서 늘 운동장 주변을 배회하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정수도 모둠원과 함께 꽃 가꾸기를 좋아해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기회가 된다고 전했다.

교실을 나서면서 그 작은 화분 가꾸기 활동 속에 어쩌면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봉숭아꽃과 정수의 생활모습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교실마다 최신식 컴퓨터, 대형 벽걸이 TV, 자석 칠판, 1인용 사물함 등 물리적인 교육 환경은 예전의 7080년대 교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높은 수준이다. 미래의 주인공인 우리 자녀들 중 많은 아이들이 이미 자연이나 공동체 속, 관계에서 오는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 부모의 따뜻한 사랑 대신 메마른 지식과 기계문명, 스마트폰 게임을 붙들었고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 말과 행동이 폭력적이다.

다행히 여러 연구 기관에서 학교폭력의 해결을 위하여 좋은 법을 만들고 학교와 교실은 나름대로 상황에 맞는 민주적인 생활 시스템을 도입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학교,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는 학교폭력의 가장 깊이 숨겨진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는 길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그 마음 밭을 다시 일구어 자연과 소통하고 이웃과 소통하며 공동체 생활에서 오는 기쁨을 누리게 해 주어야 한다.

인디언 속담에 ‘한 아이가 자라려면 온 마을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뜻에서 아주 작은 일이지만 우리학교는 토요일 밤 전교직원과 학생, 학부모, 동민이 함께 하는 한여름 밤의 영화축제를 한다.
이제 학교는 아이들과 가장 가까운 교사와 학부모가 연합하여 그들의 생활환경을 기계 중심에서 자연 친화, 생명 존중, 인간 중심으로 변화시켜나가야 한다.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자신의 자존감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을 학교와 가정에서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삶 그 자체가 학교폭력 해결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 정수가 교실 꽃가꾸기에서 친구 관계가 조금씩 회복되어 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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