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자의 법적 책임
학교폭력 가해자의 법적 책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8.0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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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부장판사 김경수
 

지난 2011년 12월 대구에 사는 14세의 중학생 권모 군이 9개월간 동급생들로부터 폭력을 당해오다가 가족들에게 유서만 남긴 채 투신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권군은 유서에서 가해학생 2명을 거론했고, 수사 결과 가해학생들은 권군에게 물고문을 하거나 과자를 주워 먹게 하고 목을 전깃줄로 감아 당기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14세에 불과한 가해학생들을 이례적으로 구속기소했다. 종래 학교폭력에 대해 가해학생들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형사처벌보다는 소년보호처분을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학교폭력이라고 하더라도 사안이 중한 경우에는 무거운 형사처벌을 가하겠다는 사법당국의 의지가 엿보이는 결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형법 제9조에 따라 만 14세 미만의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할 수가 없고, 소년법에 따른 소년보호처분만이 가능하다.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만 14세 이상 만 19세 미만이면 소년보호처분과 형사처벌이 모두 가능하다. 검찰이나 법원에서 소년부송치 결정을 하면 소년보호처분을 받게 되는데, 이 경우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최장 2년까지의 소년원 송치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형사처벌 외에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한다. 가해학생뿐만 아니라 그 부모도 자녀에 대한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위 권군의 경우처럼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피해자가 만 60세가 될 때까지 얻을 수 있었던 소득 등을 유족에게 배상해야 하므로 그 배상금이 수억 원에 이를 것이다. 또한 대법원 판례는 교사나 학교장 등이 집단 괴롭힘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들에게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법적으로 무거운 민, 형사상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음에도 학교폭력은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는 가해학생들이 이러한 법적 책임을 인지하지 못한 탓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 팽배한 적자생존의 경쟁 원리와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행태를 어른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배웠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 윈저대학의 서상철 교수는 “패자를 대량생산해야 하는 그리고 그 패자들을 잔혹하게 경시해야 하는 속성을 가진 극단의 경쟁사회는 관계의 단절을 초래한다. 한국 사회에 가족과 친구와 사제 간의 진정한 유대의 단절을 강요하는 경쟁사회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앞으로 대구 중학생의 죽음과 같은 비극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학교폭력의 가해학생을 비난하고 무거운 법적 책임을 부과하기만 한다고 하여 학교폭력이 근절될 수는 없다. 먼저 우리 사회 전반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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