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학교 문화이야기
민들레학교 문화이야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5.3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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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민들레 공동체 대표
지난 주 시론에서 카이스트의 위기상황을 언급하면서 ‘인생에 대해서 배운 바가 없다’는 대다수 학생들의 충격적인 설문조사 결과를 내내 생각해 보면서 교육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화두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그것도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그 삶을 소중히 여기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향유하는 그런 철학, 그런 학교 문화를 세워나갈 수 있을까.

작금의 한국 학교에서는 문화라는 게 전무하다. 교육철학이 살아 있는 학교라는 게 도대체 있기는 한 것인가.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학교마다 실천 가능하고 미래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협동적 힘을 길러내는 학교문화가 절실하다.

필자가 교장으로 섬기고 있는 산청의 민들레학교에서는 매년 졸업식마다 학교를 떠나는 졸업생들이 ‘민들레학교 문화선포’를 선언한다.

첫째, 옥토 만들기- 내 손이 미치는 모든 땅을 옥토로 만드는 생활. 텃밭과 버려져 있는 땅, 내가 일할 수 있는 모든 농토를 지렁이와 토양미생물이 살기 좋은 옥토로 만들자.

둘째, 좋은 날 구제하기- 생일잔치, 결혼잔치, 회갑잔치 등 가정의 대소사 및 행사 때마다 가난한 이웃들을 생각하며 구제하자. 자기 가족과 자기만 경축하는 것이 아니라 기쁨이 필요한 사람, 나눔이 필요한 이웃을 살피자.

셋째, 기념일마다 나무 심기- 입학기념, 졸업기념, 건축기념 등 기념일마다 나무를 심어 환경과 인류를 생각하자. 기후변화와 과소비사회에서 나무 심기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

넷째, 작은 집 짓고 나그네 영접하기- 건축비를 줄이고 가능한 지역의 자연재료로 짓고, 재물을 쌓아두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 되도록 하자. 나그네들이 와서 살 수 있도록 작은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자.

다섯째, 키우고 만들고 생산하는 생활- 쓰고 버리고 소비하고 죽이는 문화에서, 키우고 만들고 살리는 문화를 생활화하자. 자립적인 생활의 영역을 넓히자.

여섯째, 기록하는 습관을 갖자- 일상적으로 메모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가져서 자신의 삶이 가치 있는 역사가 되게 하자.

일곱째, 가정마다 작은 기록관, 작은 박물관을 만들어 가족문화를 존중하고 옛 지혜를 보존하는 습관을 갖자.

여덟째, 편지하는 습관을 갖자- 할 수 있으면 종이에 직접 써서 보내자. 정이 오가고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손의 수고를 나누자.

아홉째, 가난한 이들과 친구가 되자- 세상은 다들 부자, 힘 있는 이들과 가까이 한다. 세상의 가난한 이들을 만나고 나누고 그들과 친구가 되자. 주위의 가난한 이들의 이름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들과 시간을 보낸 세월이 있는가.

열째, 매력적인 인간이 되자- 아름다움을 알고, 자신을 가꾸며, 품위 있는 인격을 갖추어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이 되자. 그것을 위해 건전한 취미와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각을 갖자.
열한 번째, 기념비적인 생을 살자- 예를 들면 한 가족 당 아시아, 히말라야 쪽에 학교 1개씩 세우는 운동에 참여할 수 있다. 진정한 가문의 영광을 갖자.

열두 번째, 유산을 받지도 말고 주지도 말자- 유산도 일종의 불로소득이다. 부모의 유산은 공익을 위해 쓰도록 하고 자신도 그렇게 살자. 자식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도록 일찍부터 교훈하자.

열세 번째, 이웃의 빚을 갚아주자- 남의 빚 갚아주기 위해 일하고 기도하자. 빚의 노예가 된 사람과 나라를 살리는 데 애쓰자.

이번 졸업식을 마치고 나서 내년에는 또 하나의 문화선포를 더해야겠다 생각한다.
열네 번째,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살자- 도시의 규모의 줄이는 것이야말로 조화로운 삶을 실천하는 것이고, 환경을 살리는 길이고,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첫 실천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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