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법정에서 누구 편에 설까?
아들은 법정에서 누구 편에 설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8.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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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시인
▲ 이상숙/시인

이번 정부가 출범하면서 척결의 의지를 천명한 4대악 중에서 가장 음성적이며 가장 집요하며 가장 재발률이 높아 보이는 범죄는 어떤 것 같은가? 나는 가정폭력이라고 본다. 그동안 우리는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다”라는 인식 하에 가정 내에 폭력들은 은폐되고 반복되고 순환되고 대물림이 되어도 그저 그 집안내력으로 치부해 왔다.

그런데 이토록 무서운 가정 폭력이 과연 피해당사자 그 한 집안의 일일까 싶은 일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 이글을 쓴다. 지난 달 초 이 사건을 신문에서 읽었을 때만해도 그냥 사회면 기사로 넘어갔다. 그런데 최근 우연히 그 사건 피해자의 초.중 동창생들 동향 친구들이 그녀를 절대로 그렇게 보낼 수는 없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을 듣게 되었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서 지라며 지금까지 지켜온 바로 자기 친구는 절대 딴 짓을 하거나 한눈을 팔거나 바람을 피울 리가 없는 사람인데 남편은 자기 부인을 의심하며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해오다가 마침내 지난달 1일 약초 캐는 괭이로 아내의 안면을 때리기 까지 했단다. 남편에게 맞아 쓰러진 채 방치되어 있다가 이튿날 고2 아들에 의해 발견된 아내는 끝내 뇌출혈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고 한다. 꽃다운 40대의 그 붉은 나이에.
그 아내가 집안에서 남편에게 이렇게 얻어맞고 사는 줄은 상상도 못 하고 이 새댁이 친정에 가면 마을 어른들과 친구들은 남편이 알아주는 법대를 나온 잘나가는 공무원이라고 결혼 참 잘했다며 입들을 다시며 부러워했다나. 한때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아무 일 없다는 듯 시어머니 봉양하며 결혼한 시동생도 챙기며 자기 아이들을 키워온 20여년의 결혼생활! 그 끝이 어찌 이리 참담할 수 있단 말인가! 불의의 사고로 인한 이별과 죽음도 서러운 나이거늘 하물며 자신을 목숨 바쳐 사랑하겠다고 하여 오직 그 말만 믿고 살아온 그 사람 손에 무시로 맞다가 끝내는 죽임까지 당해야 했다면 세상에 이보다 더 원통한 일 어디 또 있을까? 천 번 만 번을 양보해서 아내가 평소 잘못한 게 있다고 치자. 그래도 그렇지 가정에 아들들이 아빠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보며 그 행동을 내면화하며 자라고 있는데 어찌 아빠라는 사람이 엄마를 때릴 수가 있다는 말인가. 더구나 그런 흉기로.
일단 아내의 죽음과 남편의 폭력은 법정에서 그 시시비비를 가린다고 치자. 나는 고2인 이집 아들이 가장 걱정이다. 눈도 제대로 못 감았을 엄마의 원한을 풀어주려면 그가 아빠의 해묵은 비행들을 낱낱이 다 폭로해야만 한다. 반면 엄마는 이미 죽은 사람이고 아직 미성년자인 그가 그나마 기댈 사람은 그래도 제 아빠뿐이니까 어쩔 수 없이 아빠 편에 서야 한다면 억울하게 맞아죽은 엄마를 자기 입으로 한번더 무참히 난도질을 해야 한다.
이 아들은 법정에서 과연 어느 편에 설까? 당신이라면 어느 편에 서라고 하겠는가? 큰 아들은 군복무 중이라는데 이런 상황에서 남은 군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가 있을까? 팔순의 친정엄마는 딸의 이 비극적인 죽음에 충격을 받아 입원치료 중이란다. 조용히 묻힐 뻔한 이 일이 친정오빠가 신문고에 올리면서 사건이 문제화 되었다고 한다.
이래도 우리는 부부 싸움이 칼로 물 베기이고 이런 가정 폭력이 한 집안의 일이라고 외면 할 것인가? 아빠 손에 맞아 죽는 엄마를 봐야 하는 이 아들의 트라우마는 어찌 할 것인가. 이제는 법이 가정폭력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가 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임 꼭 가르쳐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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