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능력
더불어 사는 능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8.0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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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병택/진주 동진초등학교장
시끄럽게 떠들며 뛰어다니는 버릇없는 아이들과 이를 방관하는 부모들을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고객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기로 하고, 6세 미만 아동 출입금지 조치를 취한 미국의 한 패밀리 레스토랑 이야기가 흥미롭다. 출입금지를 시행하자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폭발하여 매출이 20%나 증가하였으며, 미국 전역서 수 천통 격려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식당주인은 “9년간 식당을 하면서 정말 통제 불능일 때가 많았다. 은퇴자 부부나 싱글족, 청소년 이상 자녀를 둔 가족들은 떼쓰고 음식과 식기를 집어던지는 남의 집 아이들 때문에 끊임없이 불평해왔다”면서 “물론 아이들은 죄가 없다. 그러나 요즘 부모들은 왜 그렇게 이기적이고 안하무인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말은 명언(名言)처럼 퍼져 나갔고, 수천통의 편지는 대부분 격려편지였고, 속이 다 시원하다는 반응이었다고 하니 그 동안 식당에서 마음고생을 한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공중도덕, 예절을 지키는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공연장, 도서실, 식당 등등 기본예절을 지켜야 할 장소에서 난장판을 벌이는 아이들과 이를 내버려두는 부모들을 흔히 보게 된다. 모두 내심 불편하고, 불쾌하지만 참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당신이 뭔데 남의 애 간섭해, 애들 기죽게 왜 꾸지람을 해, 애들이 그렇지’하는 생각들인데, 말다툼이라도 각오하지 않으면 말을 꺼내기 어렵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태도나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도에 국제교육협의회(IEA)는 세계 학생 14만 여명을 대상으로 국제 시민의식을 조사한바 있는데 한국 청소년은 지역 사회단체와 학내 자치단체에서 얼마나 자율적으로 활동했는지를 나타내는 ‘관계 지향성’과 ‘사회적 협력’ 부문의 점수가 모두 0점이었다. 즉 더불어 사는 능력이 최하위였다. 이런 결과는 오늘날 우리의 가정교육, 교실현장의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보며, 가정과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취학 전 가정에서의 바른 예절교육은 그 학생의 학교생활, 나아가서 삶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취학 전 바른 생활습관이 배이지 못한 어린이는 학교생활에 적응하기도 어렵고 갖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친구들과 더불어, 선생님과 더불어 생활하기 어렵다. 학교폭력, 군대 폭력 등은 모두 더불어 사는 능력을 길러주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그 뿌리는 가정교육, 학교교육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사에겐 무한 책무성과 학생에 대한 무한 애프터서비스를 요구하는 사회지만, 사람됨의 기본, 더불어 사는 능력은 가정에서부터 길러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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