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도둑질한 서울시, 어찌 이리 뻔뻔한가
축제 도둑질한 서울시, 어찌 이리 뻔뻔한가
  • 한송학 기자
  • 승인 2013.08.2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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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선/진주시의원(새누리당)

왜 이리 당당하지 못할까? 진주시의 30배가 넘는 인구수를 가지고 있고 예산만 20조원이 넘어가는 초대형 지자체 서울시 말이다. 진주시가 남강유등축제 문제로 정정당당하게 대화하자고 해도 이리저리 피하고 토론하자고 해도 도망만 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놓고선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비겁하게 뒤로 숨어 기자회견을 하고 비싼 돈 들여 동영상이나 만들어 배포하고 있느니, 명색이 대한민국 수도인데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에 비해 지금 진주 시민들은 이 억울한 사정을 알리려고 무더운 날씨에도 당당히 거리로 나서고 있다. 40도에 육박하는 푹푹 찌는 더위에도 매일 같이 서울시청과 청계천으로 나가 1인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고 진주시청 브리핑룸은 하루를 멀다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각종 단체들과 모임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남강유등축제의 추억을 가슴에 품어온 진주 지역 40~50대 중고교 동창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한 마음, 한 목소리로 남강유등 지키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 달 31일 이창희 진주시장이 서울시청 앞 1인 시위에 나선 이후로 진주여고 동창들은 불볕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1인 시위 릴레이를 오늘도 이어가고 있다. 필자 역시 지난 19일 서울시청 앞에서 2시간 동안 1인시위에 동참했지만 불처럼 뜨거운 태양과 서울시청 공무원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비에 젖은 듯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그 동안 뙤약볕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1인 시위에 참여했던 동창들과 진주시민들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남강유등축제를 지키려는 것이 단순히 지방축제 하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이어온 우리 지역 고유의 혼과 자존심을 지키는 것임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진주시와의 대화는 이리저리 피하면서 비겁하게 돈과 힘을 앞세워 언론플레이만 일삼고 있는 서울시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제 이 같은 불길이 관청과 단체를 넘어 일반 진주시민에게 번지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지난 19일에는 진주시 자전거연맹회원 70여명이 서울로 올라가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가졌고 진주시 대학생 30명은 서울시의 부당한 처사를 알리겠다고 국토대장정에 나섰다. 심지어 진주시 장애인 단체 회원들까지 불편한 수족을 무릅쓰고 자청해 22일 상경 집회를 했다.
34만 진주시 인구 중에 이미 서명운동에 참여한 수만 20만명이 넘었으며 오는 25일 프로축구단 경남FC와 FC서울 간의 경기를 시민들은 ‘진주대첩’이라고까지 부르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미 김시민 장군 모습의 포스터가 진주시내 곳곳에 나붙을 정도이며 이 달 31일에 준비되고 있는 궐기대회에는 1만명은 족히 모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힘센 자가 약한 자의 먹을 것을 훔치다 못해 그들의 혼이 담긴 역사와 자존심마저 빼앗았기 때문이다. 함평 나비축제가 돈이 된다고 함부로 베끼지 못하듯 진주성 싸움의 역사가 깃든 남강유등축제도 함부로 베낄 수 없는 것이다. 인구와 경제가 초 집중된 수도권 광역지자체가 지역축제를 베껴서 지방축제를 죽이고 지역경제까지 죽이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서울시는 수적으로 압도적인 서울시민만을 믿고 느긋하게 대응했지만 진주시민들이 비장한 자세로 들고 일어서고 이것이 경남 전역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가 되면서 슬슬 긴장이 되는 모양이다. 뒤늦게 상생을 하자며 짝퉁 서울유등축제에 진주남강유등 자리를 조금 내어주겠다고 하지만 이것은 자기 뜻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꼼수에 불과하다. 남의 것을 훔치면서 남의 밥상까지 걷어차는 마당에 자기 밥상에 와서 떨어지는 것이나 주워먹으라는 이 뻔뻔한 심보에 ‘상생’이라는 단어가 어울리기나 하나.
진정한 상생은 서울시가 유등축제를 중단함으로써, 진주는 자신의 역사가 담긴 보물과도 같은 축제를 지키고 서울은 대한민국 수도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자존심을 지키는 길뿐이다. 이제 진주시 집행부도 시민들의 분노를 정확히 인식해서 보다 담대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고 뜻이 맞는 경남지역과의 공조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의 뻔뻔한 도둑질에 대한 규탄과 심판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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