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경/다움생식 회장·이학박사
고인인 분에 대한 결례를 무릅쓰고 이글을 쓴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말이다.
그분이 폐암으로 세상을 버렸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이다. 그분이 세상을 버리기 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돌아가시고 한 달 정도 지난 후의 일이라고 한다. 친구들의 문병을 받은 이주일 씨가 "난 이제 죽는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왜 그런 소릴 하느냐? "고 물으니 정주영 회장처럼 대한민국 최고 재벌로 살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해볼 수 있는 분도 못 사는데 나는 재벌도 아니고 해보고 싶은 것 다 해보지도 못하니까 죽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는 것이다.
진시황도 4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고, 나와 갑장인 북한의 최고 지도자도 몇 년 전, 세상을 떴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권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요새 TV를 켜면 독특한 현상을 볼 수 있다. 방송마다 의료 전문가들이 의사로도 모자라 의학 전문기자, 또 개그 하는 의료인까지 나와 온갖 건강정보를 전달한다. 또 무슨 살림살이 전문가들까지 동원되어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라도 있는 양 온갖 사설로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1000살 쯤 살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도 같다.
어업에서 제일 나쁜 행위를 저인망 싹쓸이라 한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몸에 좋다고만 하면 그것이 왜 좋은지, 어디에 좋은지, 누구에게 좋은지, 자기에게 적합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따지지 않는다. 그리고는 남에게 뒤지면 안 되니까, 어떻게 하면 남보다 한발 앞서 좋다는 것을 확보할까 하는 욕심에 두 번 생각 하지 않고 그대로 실천에 옮기는 용맹성을 지니고 있다.
"귀신 듣는데 떡 말을 못 한다"는 속담이 있다. 떡 소리만 나면 귀신들이 행동을 개시한다는 표현일 터. 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속성에 이처럼 딱 들어맞는 속담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음식, 혹은 식품이 몸에 좋다는 말만 들으면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질 정도로 전파 속도와 그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똑같이 약을 써도 효과를 보는 사람이 있고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다. 권력이 있고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서, 아니면 몸에 좋다는 것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잃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론 매체에서 무책임하게 보도하는 것처럼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닌 것이다.
30년 이상 살펴본 환자들을 통해 나름의 통계를 내보라고 하면 잘못된 삶의 결과로 건강을 잃지, 몸에 좋다는 것을 못 먹거나 안 먹어서 환자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주일 씨가 살아 계신다면 해보고 싶은 것 안 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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