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한가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9.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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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시인

 
한 해가 익어가는 계절, 우리의 가장 큰 명절인 추석이 다가온다.
설레는 마음 누군들 아니라할까마는 경기가 안 좋은 현실에서 부담스런 마음들도 있을게다.
추수를 앞둔 농부들과 송편을 빚는 아낙네들의 정성은 꼭 조상을 섬기는 의미도 있겠으나,
부모형제, 그리고 일가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기대감과 행복감도 있을게다.
그런데 소중한 우리의 고유풍습과 관례가 일상이 바쁘고 번거럽다는 핑계로
시니브로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마음이라면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일까.
송편을 빚고 성묘를 하고 차례를 지내는 배달민족의 아름다운 풍습들이 하나둘씩 잊혀져가는 오늘날,
그러나 올해만큼은 온 가족이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며 송편이라도 빚어보고 싶다.

사는 일에 묻혀서 안부를 묻기에도 바쁜 나날들, 그러나 반가운 얼굴로 다시 만날 수 있는 명절의 기쁨. 부푼 마음에는 벌써부터 보름달이 뜹니다. 고향의 단풍은 여전히 곱겠지요. 이웃과 벗들이 정겨운 그곳엔 나이를 먹어도 어릴 적 꿈이 살아 숨 쉽니다. 고향의 들녘은 언제나 풍요로운 가슴,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 정성스레 가을꽃 한 송이의 리본을 달 때 좋아하실까? 라는 생각, 엷은 미소 지으며 설레는 마음, 그동안 소홀했던 인사도 함께 포장합니다. 송편처럼 둥글게 빚은 마음으로 우애를 다지며 모나지 않게 살기를, 기울면 차고, 차면 또 기운다는 삶의 이치를 깨닫기까지 너무 많이 써버릴 시간들, 열어야 비로소 담을 수 있음을, 안을 수 있음을 이제는 알게 하시어 보름달처럼 멀리 비추는 겸허한 빛으로 살 수 있기를, 생각하면 그립고 그리우면 눈물나는 아버지, 어머니, 부를수록 부르면 어두운 한켠이 서서히 환해지고 비좁던 마음도 넓게 넓게 밝혀주시는 보름달처럼 변함없는 사랑, 그 크신 사랑으로 맞이하는 한가위가 마냥 행복합니다.
-"한가위를 맞이하는 마음과 마음" 이채의 시-

잠시 오해했다면 고백하고 한동안 미워했다면 뉘우치고 황금빛 들녘의 넉넉한 마음으로 먼저 다가가는 화해의 걸음이게 하소서. 아버지처럼 인자하고 어머니처럼 포근한 보름달, 그 넓음으로 작은 것의 소중함의 알게 하시고 큰 것일수록 의연할 수 있게 하소서. 잘 익은 한가위처럼 잘 다려진 숙성된 빛으로 나를 발효시키는 성숙함이게 하소서. 대낮 같이 비추는 천지의 보름달, 그 깊음으로 화안의 친절한 미소로 일상의 기쁨을 이웃과 나눌 수 있게 하시고 춥고 낮은 곳일수록 베풀 수 있는 따뜻한 관심의 시간을 갖게 하소서. 포용의 그릇이 클수록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음을 깨닫게 하소서.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가다듬는 기도, 소박한 꿈을 꾸는 내일의 희망이게 하소서.
고운 인연들에 감사하며 함께 기대며 살아가는 둥근 세상이게 하소서. 언제나 웃기만 하는 보름달, 그 아름다운 모습으로...
-"한가위에 드리는 기도" 이채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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