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여름나기
건전한 여름나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8.1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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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진주교대부설초등학교 교사
올해는 유난히 태풍, 폭우, 폭염 등의 강한 날씨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이 때, 사람들은 더위를 잠시라도 잊기 위해 즐거운 계획을 많이 세워 본다. 시원하고 상쾌한 자연의 품으로 가보고 싶어 하며, 산이나 계곡, 바다로 떠나기 위한 즐거운 계획만으로 더위를 잠시 잊어 보기도 한다.
매일 바쁘게 생활했던 사람들은 잠시라도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 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계획만 세웠다가 시간을 허비해 버린 경험도 있다. 직장인들의 짧은 휴가를 후회없이 잘 보내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많은 여가 생활 중 나는 문인화라는 것을 택하였다. 오랜 시간동안 변함없이 좋아하는 취미를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동안 바쁜 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문인화라는 것을 그리고 있다. 올 여름에도 먹 향기와 하얀 화선지가 그리워 문인화실을 찾았다. 문인화실에는 나와 같은 직장인들도 있지만 주부들도 틈을 내어 그림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이는 보통 30대에서 60대까지 바쁘지만 시간을 쪼개어 사는 사람들이다. 문인화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언제나 긍정적이고 웃는 모습이 좋다. 일주일을 요일별로 시간을 나누어 그림을 그리며 바쁘게 생활하는 사람, 일과 중 잠시의 시간을 내어 한 두 시간 그림을 그리는 사람, 나처럼 방학을 이용해서 시간을 내어 오는 사람 등 그 사람들의 모습에는 욕심 없는 미소가 있으며, 누구 하나 휴가를 가지 못해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난을 그리며 벼랑 끝의 산바람에 실려 오는 난 향기를 피워보려고 노력하는 사람, 대나무를 그리며 대숲의 시원한 바람을 그리워하는 사람, 연을 그리며 풍요로운 연꽃과 싱그런 연밭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사람, 국화꽃을 그리며 벌써 다가온 것 같은 가을의 시원함을 생각하는 사람, 매화를 그리며 꽃샘추위에 수줍은 매화의 봄 향기를 생각하는 사람 등 문인화실은 사계절의 아름다움이 다 모여 있다.
바깥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마음에는 어느 새 정겨움이 묻어 나온다. 때로 차 한잔으로 서로의 어려운 집안 일, 자녀 걱정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며, 가정사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받기도 한다.
무더운 날씨에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내는 일은 쉽지 않지만 마음 한 구석에 언제나 뿌듯함이 있다. 오후 다섯 시쯤이면 가족들의 저녁 준비를 위해 그림 용구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아마 그 사람들은 직장에서 돌아오는 가족들을 웃으면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시간이 아니어도 일상의 시간 틈을 이용해 건전하게 생활하면 무더위도 이겨내고 결실의 계절, 가을도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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