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數値)와 자연과의 공생
수치(數値)와 자연과의 공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10.0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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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

 
현대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숫자로 표시된다. 개인의 신원은 주민등록번호, 차량은 등록번호와 차량번호, 기업은 법인번호, 경제적 능력은 신용등급으로, 기업의 건전성은 대차대조표, 국가의 경제력은 국민총생산(GDP)으로, 외화보유금액으로, 추상적 개념인 국민행복도 지수화 되어 국가별 순위를 매기기도 한다. 환경의 오염도, 수질의 등급도 모두 숫자로 표시한다. 즉 수치(數値)는 복잡한 사회현상을 간명하고 명확하게 보여주는 바로미터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인류 역사는 물론 지구 지질학 역사에도 기록될 아주 중요한 수치가 발표 됐다. 미국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측정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인류역사상 최초로 400.03ppm을 기록했다고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발표 한 것이다. 오래된 얼음코어(ice cores, 빙핵)에서 추출한 정보와 마우나로아 관측소 자료를 종합 해보면 20세기 이전의 40만년 동안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300ppm도 넘어선 적이 없었다. 그러나 산업혁명 후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20세기 중반 300 ppm을 넘어섰고 다시 반세기가 조금 지난 지금 400ppm을 돌파한 것이다. 400ppm 돌파도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속도로 최근 10년간 평균 2.1ppm씩 높아져 지난세기 보다 3배 정도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2040년경에는 450ppm도 넘을지 모른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도 지구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극지방 빙하가 붕괴되고 있고 해수면 상승으로 투발루 같은 작은 섬나라는 물속에 잠기고 있으며 이상기온에 따른 홍수와 가뭄, 강력한 태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빙하의 해빙 다음에는 식수의 고갈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 을 초과했다는 것은 이제 그런 현상이 더 빠르고 심각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은 인류에게 분명한 경고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우리는 지속가능한 발전 또는 환경의 자정능력 안에서 이룰 수 있는 공생발전에 대한 획기적인 합의와 적실성 있는 해결책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그간의 약탈적 자원이용에서 벗어나 자연과 공존하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육류와 에너지 소비는 가급적 줄이고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청정에너지를 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상용화 시켜야 한다. 무분별한 산림훼손을 막고 숲을 푸르게 가꾸어야 한다. 또한 오염자부담의 원칙을 확립하고 배출권거래제 같은 경제적 메커니즘도 합리적 수준에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국가 간 기후변화협약과 아젠다도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남태평양의 이스터 섬에는 거대한 인면석상들이 지금까지 남아있어 그 지역에서 한때 찬란한 거석문화가 존재했던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거대한 석상 조성(평균 높이 6m,평균 무게20t)을 위해 무자비한 삼림파괴를 자행했다. 한정된 자원인 나무를 공짜라고 생각 하여 무분별하게 훼손했는데 나무가 사라지면서 땅이 황폐화 되고 결국 문명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약 600년 전까지만 해도 이스터 섬에는 큰 나무들이 울창한 숲이었다. 14세기 말쯤 부터의 기후변화와 16세기 초 인근 칠레해안의 화냐푸티냐 화산폭발로 인한 화산재 우산효과로 인하여 숲이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으며 식량부족에 의한 부족 간의 석상쟁탈이 한 몫을 하여 결국은 멸망으로 치닫게 되고 어마어마한 석상들만 섬을 뒤덮고 말았다. 이러한 이스터 섬이 주는 교훈을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도 언제가 콘크리트 건물만을 문명의 흔적으로 남기고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지구에 인류가 사라진 후 100년 후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맑은 물, 깨끗한 공기, 울창한 숲, 아름다운 자연을 더 이상 공짜로 생각하지 말고 그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노력과 실천을 경주해야 한다. 자연의 신호에 더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고 말 못하는 미래세대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 “그대 가슴에서 뛰는 심장의 고동소리가 멈출 때까지는 그 무엇이든 늦지 않다“ 고 말한 미국의 천재시인 ‘롱펠로우’처럼 자연과의 공생을 위한 인간의 실천행동을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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