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의 의미
'yes'의 의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10.1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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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시인

 
"제가 미국에 온지도 벌써 8년이 되었습니다. 처음 공항에 도착했을 때를 기억합니다. 배가 많이 고팠습니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먹으려고 곧바로 매점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아는 음식이라고는 핫도그 밖에...
먹음직스런 다른 음식이 눈에 즐비하여도 그 음식 이름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없이 핫도그를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손가락으로 핫도그를 가르키며 "핫도그"라고 말했습니다. 잠시 후, 점원은 제게 "무얼 더 드시겠어요?"라고 물어왔습니다. 핫도그 외에 아는 음식이 없는 저는 "no"라고 할 수밖에.. 먹고 싶은 음식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조금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no"라고...
저는 그때 그 일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기억할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그 누군가가 그 무엇을 물어왔을 때, "no"라고 대답하지 않기 위하여 저는 그때 그 일을 꼭 기억하며 살아가겠습니다.
"no"라고 말하기보다 "yes"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적어도 제가 연구하는 학문분야에 있어서는 말입니다.
아는 것이 핫도그 뿐이었기에 "no"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던 그때 그 기억, 그렇습니다. 아는 것이 없으면 결코 "yes"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yes"라는 말은 제게 오늘을 위한 채찍이 될 것이고 내일을 위한 희망이 될 것입니다. 힘들 때마다 인내와 용기를 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yes"라는 말을 동경합니다."

위 글은 미국 서부 텍사스의 명문, 텍사스 달라스 대학(University of Texas at Dallas) 수석졸업생인 한국유학생의 졸업연설문의 일부이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의 작은 이야기에서 삶의 지표를 발견했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다. 그저 바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스쳐갈 경험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고뇌했다는 사실에 진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더욱이 어린 학생이 말이다. 이 청년은 당시 물리학 박사과정이던 아빠가 유학중이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태어났고, 7살에 한국으로 귀국해서 그후 17살 때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고등학교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텍사스 달라스 대학 장학생으로 입학, 수석졸업이라는 영광을 차지했다. 그리고 현재 스탠포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 석사과정에 재학중이다.
"yes"의 의미를 "ability"로 승화시켜 삶의 교훈으로 삼고자하는 필자의 친조카이기도 한 이 청년의 싱그러운 미래를 상상하면서.. 고요한 마음으로 예전에 즐겨듣던 "Frank Sinatra"의 "My Way"를 듣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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