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출신 한계 극복 언어학 대가 반열 올라
지방대 출신 한계 극복 언어학 대가 반열 올라
  • 글 김봉철·사진 이용규기자
  • 승인 2013.10.22 2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상대 영어영문학과 김두식 교수

 
경상대 영어영문학과 김두식 교수(60)는 한 마디로 포기를 모르는 남자다. 지방대학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우리나라 언어학의 대가라는 평을 얻기까지 숱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다 헤쳐나간 사람이다. 그는 1972년 경상대학교 영어교육과 전체 수석입학과 1976년 수석졸업으로 소위 영원한 우등생의 반열에 드는 학생이었지만 늘 지방대 출신이라는 열등감에 벗어날 수 없었고 그 때 지방대 출신으로써 반드시 모범이 되는 교수가 되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졸업 후 공립고 교사생활을 하던 그는 서울에서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를 마치고 경상대 영어영문과 교수 공채1기 선발에서 당당히 합격해 자신의 꿈을 이뤘고 박사학위수여식(1995)에서 제1회‘올해의 우수논문상‘을 수상하며 이를 계기로 학문에 매진하게 된다. 이후 김 교수는 백민학술상, 제3회 곡천학술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면서 국내 언어학의 대가라는 평가를 얻게 되고 현대영미문학회장, 한국언어과학회장, 한국코퍼스언어학회 초대 학회장으로 추대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렇듯 성공을 거듭하던 그에게 뜻하지 않은 시련이 찾아온다. 아내가 뇌종양 판정을 받아 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그와 그의 아내는 영예나 영광 등은 한아름 내려놓고 신앙이라는 획기적인 삶의 변화를 갖게 된다.‘이분법적 대립(binary opposition)’라는 원리를 이용한 새로운 영문법 지도법을 창안하게 되는데 그는 이 모든 하나님의 은혜라고 확신한다.
모든 시련을 극복하고 우리나라 언어학의 대가 반열에 오른 ‘포기를 모르는 남자’ 김두식 교수를 만나보았다.

다음은 김두식 교수와의 인터뷰이다.

-언어학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데
▲한강 이남에서는 언어학 이라하면 사람들이 ‘경상대 김두식 교수가 있잖아’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 올해 회갑인데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한 40여 년간 언어학 연구에만 집중하다 보니 사람들이 인정을 해 주는 것 같다.
-연구 업적이 뛰어난 것으로 안다
▲솔직히 지금도 공부를 하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다. 재미있게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연구 성과가 나오더라. 지금도 그렇지만 수업을 할 때마다 교재를 바꾼다. 한 교재로만 수업하는 것이 편할지는 모르지만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지루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학생들은 조금 싫어하는 것 같은 눈치다. 교재를 계속 바꾸다 보니 족보가 없지 않겠나? 그래서 학생들이 반기지는 않는 것 같다.(웃음) 그래도 지난 2월 제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서 책을 출간했다. 올해 회갑인데 회갑잔치를 하기는 그렇고 안하면 섭섭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제자들과 함께 조촐하게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때 출판한 책이 ‘두갈래식 영어학습법’이다.
- ‘두 갈래식 영어학습법’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이분법적 대립을 영어교육에 적용한 것이다. 예를 들자면 누군가에게 불행을 가르친다면 불행에 대해 이것 저것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 보다는 행복의 반대말이라 하면 단번에 이해가 된다. 이렇듯 모든 언어나 사물, 사회 현상에는 대립되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대립되는 기준을 찾는 것은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만 돼 있다면 언어를 공부하고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분법적 대립 원리는 어떻게 발견한 것인가
▲언어학을 가르친 지가 올해로 30년 정도 됐다. 30년 정도 가르치니까 어느 순간 머리에‘탁’하고 깨달음이 생겼다. 아마 도가 통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후 지금까지 가르쳤던 교육 내용을 다 뒤져 이분법적 대립 원리를 적용해 보니 다 맞는 것이었다. 그 뿐아니라 이 원리가 세상의 모든 이치에 적용되는 것이다. 그때의 깨달음을 정리해서 책을 발간했다. 내년에는 수정 정보판을 출간할 예정이다. 올해 2월 출간했는데 당시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모든 깨달음을 책에 싣지 못했다. 그래서 정보판에는 모든 깨달음을 담아서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이 원리는 국어에는 어떻게 적용되나
▲재미있는 사실이지만 영문과 교수로써 얼마 전 국어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한 적 있다. 주제는‘이미와 벌써’의 차이점이었다. 예를 들어 ‘해가 이미 떴다’‘해가 벌써 떴다’두 문장 다 쓸 수 있지만 두 문장의 차이점을 알아내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이분법적 대립의 원리를 적용하면 두 문장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두 문장의 대립되는 기준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이 경우는 기준이 화자가 된다. 해가 이미 떴다는 문장은 화자가 해가 뜬 사실을 미리 알았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주는 것이다. 벌써 떴다는 화자가 해가 뜬 사실을 해가 뜬 뒤에 알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경우다. 이렇듯 대립되는 기준만 찾으면 두 단어의 의미를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 지난 2월 자신의 깨달음을 담은‘두갈래식 영어학습법책’을 출간한 김두식 교수는 회갑잔치 대신 제자들과 함께 조촐하게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사진은 출판기념회에서 부인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는 김두식 교수.

-한국코퍼스학회 초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공부하는 것을 재미있어 하다 보니 학회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한결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런 칭찬을 듣다보니 내 자신이 고무가 되더라. 그래서 더 열심히 연구하고 학회활동을 했다. 한국코퍼스학회 회장도 저를 좋게 본 주위 분들의 권유에 의해 맡게 됐다.
-한국코퍼스학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우선 코퍼스를 설명하자면 코퍼스를 우리나라말로 번역하면 글 뭉치다. 말 그대로 언어와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아 이를 이용하고자하는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코퍼스 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이트로는 COCA와 BNC가 있는데 COCA는 미국 영어를 BNC는 영국 영어를 위주로 자료가 수집돼 있다. 코퍼스에는 책이나 신문의 본문이 다 수록돼 있어 어떤 문구를 찾을 수도 있고 또 연관되는 단어를 찾을 수도 있다. 만약 신문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론사를 찾고자 한다면 코퍼스를 통해 간단히 찾을 수 있다. 그래서 통계에 활용할 수도 있고 연구목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한국코퍼스학회는 이러한 코퍼스를 연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코퍼스의 장점은
▲예전에는 영어 공부하려면 사전이나 참고서를 활용하거나 최근에는 포털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전이나 참고서를 활용하는 것은 많은 제한이 따르고 또 포털에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코퍼스는 방대한 자료를 수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단점을 잘 보완하고 있다.
-국어코퍼스는 없나
▲아직 없다. 평소 국어도 코퍼스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현재 연세대에는 코퍼스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훈민정음’이 있지만 외국의 코퍼스처럼 아직 활성화 돼 있지는 않다. 워낙 작업이 방대해 코퍼스를 구축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국어의 발전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문과 교수의 꿈을 가지게 된 계기는
▲경상대 영어교육과 출신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지방대 출신은 수도권 대학 출신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대우를 못 받았다.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에서 내려오는 교수들은 우쭐되는 경향이 많았다. 그리고 당시 영어영문학과 교수들은 영어 학원 강사나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40대 정도 돼서 교수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이유로 경상대 출신으로써 인정받는 교수가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된 것이다.
-교수가 되는데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나
▲정말 힘들었다.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면 누구나 조교를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교양 수업을 맡아야 했기에 석사를 취득해야 조교가 될 수 있었다. 당시 대학원을 진학하는 경우는 잘 없었는데 나는 영어교육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학원 졸업 후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경상대에 영어영문학과가 신설되면서 학과장이 나보고 조교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했다. 당시에는 조교를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교수가 됐다. 그런데 당시 규정상 일반대학원 석사 학위 취득자를 우선 선발한다고 돼 있었다. 학과장은 괜찮다고 하는데 다른 교수들이 굳이 교육대학원 석사 취득자를 선발할 이유가 없다고 반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조교를 못했나
▲그렇다. 결국 조교를 하지 못했다. 좌절감이 심했다.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역량을 키워서 꼭 교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무작정 서울로 갔다. 그런데 또 마침 서울에 올라가고 얼마 안 돼 과외가 금지된 것이었다. 모아놓은 퇴직금 다 쓰고 다시 진주로 내려왔다. 낙향 후 경상대에 아는 영어교수들에게 조교 자리가 있는지 찾아봤는데 마침 자리가 비어 결국 조교일을 하게 됐다.
-그럼 교수는 쉽게 됐겠다
▲그게 아니었다. 조교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규정이 바뀌어 국립대학은 공채로 교수를 뽑게 했다. 정말 운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결국 공채 1기로 경상대 영어영문과 교수가 됐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는데
▲당시를 생각하면 지옥과 천당을 오고 갔다. 너무 일이 안 풀려 일단 결혼부터 하자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지금의 아내와 결혼 한 뒤 일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아내는 몇 년 전 뇌종양으로 큰 수술을 했다. 지금은 신앙의 힘으로 병을 극복하고 잘 살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도 지금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 ‘재미있어야 되겠다’라고 마음을 다진다. 그래서 지금도 연구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너무나 재미있다. 최근에는 말하는 강의에서 보여주는 강의로 학생들을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수업을 할 때 액션을 많이 취하고 억양도 강약을 조절하고 있다. 어떨 때에는 내가 꼭 연기자가 된 기분이다. 학생들에게도 발표 수업에 보여주는 발표를 하라고 강조한다. 평소 좋아하는 말이 있다. ‘바라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이다. 자신의 일에 즐겁게 임하고 또 바라다보면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 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