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아름다운 사람들
가을에 아름다운 사람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10.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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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시인

 
가을에 오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의 등불 하나 켜 두고 싶습니다. 가을에 가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진실한 기도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가을엔 그리움이라 이름하는 것들을 깊은 가슴으로 섬기고 또 섬기며 거룩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싶습니다. 오고 가는 인연의 옷깃이 쓸쓸한 바람으로 불어와 가을이 올 때마다 조금씩 철이 들어가는 세월 꽃으로 만나 낙엽으로 헤어지는 이 가을을 걷노라면 경건한 그 빛깔로 나도 물들고 싶습니다. 그대여! 잘 익으면 이렇듯 아름다운 것이 어디 가을 뿐이겠습니까. 그대와 나의 사랑이 그러하고 그대와 나의 삶이 그러하지 않습니까.
-"가을처럼 아름답고 싶습니다" 이채의 시-

당신의 가을숲은 고요하지만 고요함 속에서도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은 높아지는 것이 아니고 낮아지는 것임을, 채우는 것이 아니고 비우는 것임을, 비우지 못하여 무겁기만 한 욕심이 한낱 부질없는 가벼운 낙엽 한 장이었음을, 오늘의 행복을 위하여, 어제의 숲을 내일까지 가꾸어야 한다는 것을, 푸른 나뭇잎의 작은 흔들림이 여름숲의 가슴을 식혀주듯이 때를 알고 떠나는 얇은 잎새들의 보이지 않는 눈물이 흐르듯이 나무마다 빨갛게 매달린 열매가 저마다 쓴 인내의 시간들이 있었음을 당신의 침묵은 변함없지만 그 침묵 속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그러나 건조하지 않은 서정의 당신, 새들의 낭만을 노래할 줄 알고 바람의 멋을 즐길 줄 알고, 물의 맛이 어떤 것인지 진실로 아는 당신, 이제 당신의 열정이 타오르듯 익어갈 때, 진지한 삶에 대한 오랜 침묵과 인내가 깊은 깨달음으로 다가오는 가을처럼 아름다운 당신을 사랑합니다.
-"가을처럼 아름다운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채의 시-

봄부터 솔밭길 하나 내어 놓고 숲이 되어 버린 참 아름다운 당신의 고요는 여름새도 쉬어쉬어 머물다 가는 품
복잡한 내 심사도 갈래 갈래로 풀어내셨지요. 그 솔밭길로 오라시며, 꼭 그 길로 오라시며 가을에 기다리겠노라고, 밤송이 같은 가슴 열어젖히고 어언 눈물로 익어 버린 참 아름다운 당신의 인내는 갈 곳 없는 바람도 쓸어 쓸어 안고 누구를 기다리는 찬란한 들녘이 되었나이까. 당신이 못 견디게 추운 날, 당신이 그토록 땀 흘리던 날, 당신이 홀로 비를 맞던 날, 햇살도, 바람도, 지붕도 되어 주지 못했나이다. 나는..이제 당신의 숲이 성숙하여 모두가,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가 가을에 참 아름다운 당신을 겸허히 바라봅니다. 낙엽을 밟고 가는 걸음 앞에 눈물로 익은 당신의 열매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가을에 참 아름다운 당신" 이채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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