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일본해, 청해
동해, 일본해, 청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8.16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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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형/경남과학기술대
건축공학과 교수
최근 우리 동해 바다에 대한 표기 문제가 국제사회의 이슈로 부각되면서 한일당사국 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의 해결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8·15해방 66주년을 맞이하지만 아직도 일본과의 거북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때 우리는 역사적 사실을 분명하게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현 국제 정세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여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도출하여야 할 것이다.
국제수로기구(IHO)는 바다의 국제적 명칭을 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해양의 경계’(S-23)라는 책자를 펴내는데, 1929년 이 책자의 초판에 동해가 ‘Japan Sea’라고 표기되면서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계기가 됐다. 한국은 1992년 8월 유엔 지명표준화회의와 IHO에 나가 ‘East Sea’를 동해의 공식 영문 명칭이라고 주장하고 동해와 일본해를 국제적으로 병기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일본은 ‘일본해’의 단독 표기를 주장하고 있다. 5년에 한번씩 열리는 IHO 총회는 2012년 19차 총회를 앞두고 실무그룹을 운영해 결론을 내기로 하였는데 이 시점에 미국과 영국이 일본해의 단독 표기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상황은 동해냐 일본해냐의 문제에 앞서 병기냐 아니면 단독표기냐의 문제이다. 만일 국제적으로  IHO 총회에서 단독표기를 추진할 경우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현상황을 냉정하게 대처하는 길일 것이다.
‘동해’는 한국인이 2000년 이상 사용해 오고 있는 명칭으로, ‘삼국사기(三國史記)’ 동명왕편, 광개토대왕릉비, ‘팔도총도(八道總圖)’, ‘아국총도(我國總圖)’를 비롯한 다양한 사료와 고지도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일본해’라는 명칭은 1602년 마테오 리치(Matteo Ricci)의 ‘곤여만국전도(坤與萬國全圖)’ 에서 처음 사용된 명칭이라고 주장되는데, ‘일본변계략도(日本邊界略圖, 1809)’, ‘신제여지전도(新製輿地全圖, 1844)’ 등 당시 일본에서 제작된 다수의 지도가 동해 수역을 ‘조선해(朝鮮海)’로 표기하고 있는 사실은 ‘일본해’ 명칭이 일본에서조차 확립된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1929년 국제수로기구(IHO)가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 초판을 발간했을 당시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하에서 국제사회에 동해명칭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였고 동 책자의 제2판 발간시(1937년) 우리나라는 여전히 일본의 식민 지배하에 있었으며, 제3판 발간시(1953년)에는 6·25 전쟁 중이었다. 정부는 1991년 우리나라의 유엔 가입 이후 1992년 유엔지명표준화 회의에서 처음으로 동해 표기 문제를 국제 회의에서 공식 제기하게 되었다. 과거 역사적 자료를 통하여 동해의 표기가 일본해 표기보다 객관성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랜 시간 이 문제를 다루어온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작다.
지명표기와 관련한 국제규범은 두 개 이상의 국가가 공유하고 있는 지형물에 대한 지명은 일반적으로 관련국들 간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며, 만약 지형의 명칭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 각각의 국가에서 사용하는 지명을 병기하도록 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라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우호적인 대화가 힘든 상황에서 동해/일본해 병기를 주장하여 왔으나 현실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단독표기 압력을 받고 있다. 단독표기가 국제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일본해로 우리의 동해를 빼앗기느니 이번 기회를 양국의 공동변영의 기회로 삼아 ‘청해(blue sea)’라고 표기함이 어떠할까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 바다는 바다 빛깔을 따라 황해(yellow sea)로 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푸른 빛깔을 띠고 있는 우리 동해를 청해로 표기한다면 좀 더 국제사회에 어울리는 이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독도는 역사적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우리 땅이고 동해물이 마를 때까지 우리나라는 번영하여야한다. 그리고 이젠 일본을 우리의 이웃으로 인정하고 함께 공동번영의 길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 환갑을 훌쩍 넘긴 광복절을 맞아 아픈 과거의 상처위에 피어나는 새살을 보듬어야 한다. 역사는 현재의 우리를 설명해줄 수 있지만 미래의 우리를 결정하는 것은 현재 우리가 어떠한 선택을 하는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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