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라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중년이라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11.14 1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채/시인

 
"중년이라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모른 척할 뿐이지.
이성 앞에 감성이 눈물겨울 때 감성 앞에 이성은 외로울 뿐이지.
사랑 앞에 나이 앞에 절제라는 말이 서글프고 책임이라는 말이 무거울 뿐이지.
절대로 올 것 같지 않던 세월은 어느새 심산유곡으로 접어든 나이
물소리 한층 깊고 바람소리 더욱 애잔할 때 지저귀는 새소리 못 견디게 아름다워라.
봄과 가을 사이 내게도 뜨거운 시절이 있었던가.
꽃그늘 아래 붉도록 서 있는 사람이여!
나뭇잎 사연마다 단풍이 물들 때 중년이라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먼 훗날 당신에게도, 청춘의 당신에게도 쓸쓸한 날 오거들랑
빈 주머니에 낙엽 한 장 넣고 빨갛고 노란 꽃길을 걸어보라.
당신이 꽃이더냐, 낙엽이더냐."

위는 2008년 7월경에 첫 발표한 "중년이라고 사랑을 모르겠는가"라는 필자의 시다. 중년이라고 사랑을 모를리 없고 안다고 한들 어쩌겠는가 마는 그 마음만은 청춘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혼한 유부남녀가 자신의 배우자를 두고 또다른 사랑을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금지된 사랑은 몰래하는 것만이 가능하다. 사람들은 법률적, 도의적, 양심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사랑을 우스개 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그러나 정확히 그리고 솔직히 꼬집자면 "들키면 불륜이요 안 들키면 로맨스"가 아닐까? 톨스토이는 "사랑이란 수많은 남자와 여자들 중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를 선택하고서는 다른 이성을 절대로 돌아보지 않는데서 성립되는 것이다"라고 하는 반면 니이체는 "인간은 행동은 약속할 수 있으나 감정은 약속할 수 없다. 대체로 감정은 변덕스러운 까닭이다"라고 했다.

위 성인의 말에 덧붙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랑의 본질 또는 감정은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뜻대로 되지 않듯,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맹세 또한 믿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혼을 했다고, 나이를 먹었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마는 새로울 것도, 상쾌할 것도 없는 반복의 하루 안에 빈터에 홀로 핀 들꽃처럼, 간밤에 이슬방울로 맺은 인연처럼 중년의 나이에 사랑이 찾아온다면 마음 같아서야 열번, 백 번 가슴 설렐 일이나 세상의 눈이 심상치 아니하고 세월의 바람이 예전과 다르니 그저 두 눈을 감을 수밖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